내경우, 립스틱을 끝까지 모두 써버린 경험은 거의 없는거 같다.
이거저거 함께 쓰다보면 바닥까지 써서 버리는 경우보다는 굳어져서 버렸던 경우가 더 많다.
싫증나면 친구랑 바꾸어 쓰기도 하구 나눠주기도 하고, 나도 또 받기도 하구

여자가 립스틱을 짙게 바르면 심경의 변화가 있다고 하던가.
립스틱은 화장을 하는데 있어서 피부, 눈썹, 기타 다른 부분보다
여자의 감성표현을 가장 적나라하게 표현해 주는 화장품이라고 본다.
또 그 표현방법과 색의 농도에 따라 여자의 직업이나 신분을 대략 가늠하게 하는 부분이 입술이라고 생각한다

보통 때는 그냥 휘익 바르고 말지만
새 것을 사거나, 가끔 변덕이 날땐 거울 앞에 앉아서 이 색깔 저색깔을 바꾸어 가며 바르고
진하게 바르기도 하면서 변장을 하는 것도 여자만의 고유한 영역일 것이다.
그 때의 여심을 남자들은 골백번 죽었다 깨어나도 모를 것이다.

몇년 전 친구가 여행길에 사온 립스틱 하나를 선물로 주었다.
그 역시 조금 지나니까 싫증이 나서 안 쓰다가 어느날 내가 발견한 것은
그 색을 기본 바탕으로 옅게 바르고 그 위에 다른 색을 바르니
내 맘에 드는 칼라들이 나왔다.

그 후, 그 립스틱을 바탕색으로 사용해 왔는데 이제 다 쓰게 되어 케이스를 버리려다 문득,
칠 벗겨진 케이스의 뚜껑을 보자 그간의 세월이 참 오래되었구나 하는 생각에
카메라를 꺼내 그 모습을 찍어보았다
인터넷이 참 사람을 묘하게 만드는구먼.
별걸 다 찍는다는 가족들의 궁시렁을 뒤로 하고 나는 가끔씩 그 묘한 짓을 한다.
일상에서의 그 묘한 짓은 나 자신과 내가 아끼던 물건을 잠시나마 생각해보게 해주는 나만의 이벤트 아닌가.

오늘은 간만에 립스틱을 준 친구에게 전화를 넣어 새해 인사겸 수다를 떨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