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가을비에 곱던 단풍과 낙엽이 우수수 떨어졌네~
      쓸려 내려가기 전에 밞아보려고 아파트 바로 붙은 야산으로 갔더니 동네 아줌마들이 많았다.
      그 중에 나랑 동갑내기를 간만에 만나 함께 야산을 두어 바퀴 돌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녀는 92년 입주할 때부터 함께 같은 아파트에 살았으니 꽤나 오래 알고 있는 이웃이다.
      책갈피에 끼우겠다며 깨끗한 은행닢을 몇 장 줍는 그녀를 보며
      컴퓨터를 가까이 하고부턴 읽는 책의 권수가 줄어든 내 자신을 발견하였다.

      귀가하여 저녁을 챙겨주고 다시 나는 파카를 꺼내입었다.
      손에는 카메라를 들고 어두운 아파트 마당으로 나갔다.

      노란 은행나무에 휩쌓인 붉은 외등이
      묘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는 장면을 잡고 싶어서였다.
      누가 보건 말건 좀 더 가까이 찍기 위해 도로 위로 튀어나온 환기통 위로 올라갔다.
      위로 아래로, 옆으로 비스듬히....

      13년을 이 아파트에 살아도 한번도 눈여겨 보지 않았던 외등과 나무들이다.
      캄캄한 밤에 뿜어내는 은행나무의 색깔이 내 눈에는 거의 환상적이었으나 제대로 잡을지 모르겠다.
      슬리퍼를 신고 나갔기 때문에  추위에 떨면서도 셧터를 있는대로 눌렀다.

      산에서 만난 내 이웃이 책갈피에 넣겠다고 들고간 노란 은행잎처럼
      어젯밤 은행나무와 나와의 향연을 셧터 속에 담아 ..........
      내 마음의 책갈피에 담아 가지고 돌아왔다.
      11월 11일 가을 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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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슨 카운티의 다리> 중 - 음악 : Love Letter / Ketty Les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