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안녕!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저는 여전히 건강합니다.

너무 학교가 추워서 글씨를 잘 쓸 수가 없군요.(유독 나만이)

왜냐구요?  거긴 남모를 사연이 있어요.  제가 오기로 오바를

안입고 다니거든요........>

이렇게 시작한 고3때 편지,
이 영규 선생님께 보낸 편지를 이번 30주년 행사장에서 볼 줄이야.
선생님께서는 우리들이 보낸 편지나 사진등을 그대로 모두 간직하고
계셨다가 이번 기회에 공개를 해 주셨다 한다.

거기에는 언니들에게 물려 받아 입은 오바 얘기며,
대학 진로 걱정, 살이 쪄가서 고민하는 걱정,
송도 소풍 당시에 '이수일과 심순애'공연 사진을 선생님께 같이
보낸다는 얘기 등등 19살 딱 고만큼만 쓸 수 있는 내용들이 보인다.

편지 중에는 옥겸이 편지도 들어 있었고,
가정시간에 수를 놓아 조각을 이어붙인 조각이불, 이불 깃, 성적표,
한땀 한땀 수를 놓아 쿳션등을 만들어 온 수영이 퀼트 작품.- 수영이는
어려서도 예뻤지만 지금도 역시 아름다웠다.

그 날은 너무 정신이 없고 모두들 흥분 상태라 기억이 잘 안났지만
일주일이 지나 이것 저것 올린 글을 보며, 사진을 보며 다시 한번
매 순간을 생각해 보니,  아~~~~ 그 날도 다시 기억속의 옛날이여~!

서산에 가지 않는 사람들에게 특혜를 주어
각 테이블 마다 원영희의 빛나는 솜씨로 만들어 장식한  꽃 장식을 내가 가져왔다.
물론 연숙이도 있었고 다른 애들도 있었지만
가위 바위 보를 하자고 우기고, 또 내가 지게 되자 조금은 박박 우겨서
그 선량한 친구들은 "그래, 그래, 광희 네가 가져가라." - 내가 이렇게 못됐네.

아직도 매일 물을 뿌려주어 시들지 않은 꽃 무더기를 바라보다 아쉬어 한장
찍어 올린다.
참, 그날 서산 떠나기 직전에 누군가 나한테 케잌 상자를 주었는데.... 누구지? 누구지? 누구였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