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친구를 생각하며
이 가을 밤 환한 달빛 아래
풀벌레 소리 들으며 느티나무 우거진 길을 걷는다.  

바람에 흩날리던 노랗게 물든 은행잎을 밟으며 교문을 들어서면 정답게 마주치던 친구들.  정말 열심히 공부하다 점심 시간이면 햇살이 따뜻한 옥상에 올라  뱃고동 소리 들으며 우리들의 멋진 푸른 꿈을 꾸었지. 함께 했던 시간들의 친구들 얼굴이 떠오른다.

밤늦도록 꺼질줄 모르던 도서관에서의 모습,  하얀 물거품 일던 분수대의 벤치에 앉아 시집을 읽던 모습,  그룹별 창작 무용 발표 시간이 있어서 '이사도라'를 정해 며칠간 연습하던 친구들, 밤새 즐거웠던 수학여행과 밤잠 설치던 송도 유원지 소풍날,  난로위의 도시락과 코를 죽이던 김치 냄새, 공설 운동장에서의 씩씩했던 학교 대항 교련대회,  봄엔 징그러운 송충이 잡이,  가장 하기싫은 화장실 청소,  유리창 닦기와 걸레 차기하던 청소시간,  가장 신경 쓰이던 시험 후 벽에 붙어 있던 등수별 성적표,  아침이면 옆집 식구들이 낙서한 칠판, 없어진 방석,  겨울이면 유난히 추워 볼과 코를 얼게 하고 검정 쉐터의 가슴 속으로 파고들던 매서운 바람이 불던 시베리아 벌판 운동장의 조회,  지금도 귀에 생생한  행진곡을 연주하던 밴드반의 어코디언 음률,  그리고 아침마다 칠판에 한문을 써 놓고 얼굴에 힘 주시고 훈계하시던 김 정식 고3 담임 선생님의 모습 등,  삼삼하게 떠오르는 그리운 친구들의 얼굴,얼굴들......
언젠가 아름다운 세상에서 행복한 삶을 누릴 꿈을 꾸던 곳 이었지.

이제 졸업 30주년 만남의 장소에 그토록 보고싶던 얼굴들이 한자리에 모이면 너무 좋아 그렁그렁 눈물 맺히며 반갑게 얼싸 안겠지.  깊어가는 가을 밤 늦도록 지난 이야기로 꽃을 피우겠지.
아마 새 구두, 제일 멋진 옷, 예쁘게 머리 염색을 하고 날아갈듯한 모습으로 나타 나겠지.  말하지 않아도 얼마나 궁금하던 얼굴들 일까.  가는 세월로 눈가에 잔주름과 자꾸 느는 흰머리는 어쩔수 없어도 우리들의 아름다웠던 추억은 더욱 더 생생해 질거야.  
서로 손을 잡고 팔짝 팔짝 뛰며 반가워 하는 친구들의 모습 일게다.  삶의 소중한 자부심을 심어주신 이젠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신 은사님들의 흐뭇한 미소......  
여수에서, 원주에서, 안성에서, 오클라호마에서, 엘 에이에서, 매릴랜드에서, 그리고 말레이지아에서도 모두 모두 달려 오겠지.  
환하게 웃으며 하늘 거리는 코스모스가 눈부시게 아름답던 동막으로 가던 길.
그 길로 나도 달려 가고 싶다.
그립다. 보고싶다.

달을 바라보며 너희들을 생각하는 나와  너희들도 모두 같은 마음이겠지.
먼 곳에서 가진 못하지만 마음만은 함께 할께.
끈끈한 정 많이 나누고 또 다른 아름다운 추억들을 만들어 전해다오.
사랑한다. 친구야.  


                                                                              10월 3일 2004년
                                                                                 샌프란시스코에서   김 경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