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는 여고 시절이란 의미가 남들과 달랐다.
시골에서 나서 자라 목욕탕 한 번 가 보지 못한 채 살다가
인천이란 도회의 문명을 처음 보았다.
그때 그 경이롭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키네마 극장에서 <스잔나>라는 영화가 상영이 되고 있었고
신포동시장과 경동 거리는 어찌 그리도 요란했던지.
입학식날 타이를 맬 줄 몰라 혼자 연구한 결과
손으로 타이를 묶어 옷핀으로 매달았다.
허리까지 늘어진 타이를 보고 짝이던 <김숙>이  웃으며 타이를 고쳐서 묶어 주었다.
인일여고는 내가 본 건물 중 가장 아름다웠다.
기상대 산 언덕과  바다가 보이는 복도 그리고 연못가 분수와 벤치....
소문으로만 듣던 정말로 똑똑하고 명랑했던 친구들.
그때 내가 본 그 모든 것들은 내 인생에 발자취 중
가장 자랑스럽고 순수하고 아름다웠던 기억이다.

이제 일주일 후면 그 시절의 친구들을 만난다.
함께 통학하던 사공혜숙이는 어떻게 변했을까.
타이를 고쳐 매 주던 김숙이 올까.
사이버 속에서 만나던 친구들이 어떤 모습으로 올까.
아마도 모두  넉넉하고 푸근한 모습들을 하고 있으리라.

수학 여행을 기다리던 여고 때 심정으로
하루하루 그날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