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말 직접 들어본 일 있니?

"  You were  fired! "

더구나 남편으로부터....ㅠㅠㅠ 불쌍한 ...ㅠㅠㅠ



우리는 2001년 5월에 남편의 전 직장에서 도움을 받는 조그만 회사를 하나 만들었어.

주변사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나는 남편과 함께 회사 일을 하기로 했었지.

컴퓨터를 켤 줄도 모르는 상태에서

인터넷으로 많은 일을 해야 하는 회사일은 나를 당황하게 했지만

이니르의 딸이 포기할 수는 없는 거지?

워드문서 하나 만드느라 새벽까지 있는 일도 여러 번 있었고,

엑셀 사용방법을 몰라 문서가 날아가는 건 예사였어.  무식하니 용감했던 거지.

책을 찾거나 물어보아 해결할 수 있으면 좋은데 책을 보아도 막막하고

직원들이나 딸에게 물어보아도  그 아이들에게는 말귀 잘 못 알아듣는 나이든 아줌마를

답답해하는 티가 역력해  눈치껏 배우며 정말 자존심도 많이 상했었어.

이러저러한 사정을 다 참아가며 회사 일을 하는데 남편과 내 의견이 다를 때가 많은 거라.

그래서 종종 남편 하는 일에 집에서처럼 내 의견을 말하곤 했지. ㅎ ㅎ ㅎ

(참견이라고 하면 너무 사실적 표현이 되니까 그렇게는 쓰지 않을래.)

집안에서는 너그러운 남편이어서 별다른 생각 없이 지냈는데

왠지 남편이 불편해하는 것은 느낄 수 있었지.

그러던 어느 날  아침7시30분에 집에서 나가 밤 10시 이후에 들어오고

휴일도 없는 생활이 무리였든지 다리가 후들거려 서 있는 것조차 힘들어 병원에 갔더니

방광염이 심하다며 커피 종류 마시지 말고 며칠 쉬어야겠다고 의사선생님께서 말씀하시고

나도 너무 힘이 들어  남편에게 얘기했더니 쉬라고 하더구나.

하루 이틀 정도 쉬어야겠다고 생각한 나는 저녁에 집에 돌아온 남편과 딸에게

쉬니까 조금 나아졌다고 하니  남편은 나에게 아예 집에서 쉬라며

“~FIRED."라고 웃으며 말을 하고는  딸을 바라보는 거야.

딸아이 역시 배시시 웃고 있었고...



‘이게 무슨 말?’

농담처럼 얘기했지만 남편 성격으로 보아 틀림없이 문제가 있는 거였어.

‘그렇다면 평소 맘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었으면 그때 얘기할 것이지

이사람 해도 너무 하네....‘  순간적으로 복잡한 생각들이 빠른 속도로 흘러가고...



하지만 농담처럼 한 말을 정색하고 받으면 분위기가 어색해지는 지라

“그래~?  그러면  나도 쉬지 뭐...”  어색하게 웃으며 얼른 자리를 피했는데

밤에 잠이 오질 않아.



그간의 일들을 곰곰이 생각해 보니

직장생활이라고는 법률상담소에서 6년간 일한 경력이  거의 전부인 내가

‘조직이라는 것에 대해 너무 많이 모르고 있었구나’  하는 반성도 있는 반면에,  

‘어? 이사람 내가 이십년을 함께 살아온 남편 맞아?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지?

용서할 수 없네...‘ 등등 그 외에도  집에서는 잔소리 한번 없던 남편이

회사에서는 내가 보기에 사소한 일에도 지나치게 꼼꼼하고 이해관계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생각에  이 사람이 이처럼 드라이한 사람이었나 다시 생각하게 했던 일들도 떠오르고...

‘그래 그만두지 뭐...’ 하는 생각과

‘ 아니 그러면 회사는 어떻게 되는데... 운전도 못해 내가  기사노릇하니

하루 세시간 그래도 남편이 쉴 수 있는데... 또 그 많은 잡동사니 일을 하려면 직원을 하나

더 구해야 하는데 지금 이런 적자 상황에서 내가 그만두면 어쩌지?‘

‘아냐, 치이~ 내가 자존심 상해 가면서 일할 거 뭐 있누? ... 도저히 용서할 수 없어.

어떻게 나에게 한마디 말도 없이 딸 앞에서 “FIRED”라니...

아니... 그리고... 또... 쟤 내 딸 맞아?‘

온갖 잡생각과 서운한 생각에 눈물로 밤을 새운 나는 하루를 더 쉰 후

집에서 더 쉬라는 남편의 말을 듣지 않고 운전석에 올라 않았지.

올림픽대로를 나와 이수교차로 고가다리를 내려오면서 나는 얘기했어.


“지금이 이토록 적자만 아니어도 당신 얘기에 너무 자존심이 상해서

정말 그만둘건데  지금은 그럴 수가 없어.  

나중에 회사가 흑자로 돌아서면 그때 그만둘께  ....“

거기까지 말한 나는 엉엉 울고 말았지 너무나 속상해서.

남편은 끝까지 자기가 한 말은 농담이었다고 부정해서 나를 바보로 만들었지만

그게 남편의 성격이니 더 이상은 아무말 하지 않았어.



그러고 보니 그게 벌써 삼년전의  일이다.

우리 유진이가 아직 한국에 있을 때였고 회사는 적자에 허덕일 때였지.

얼마 후 유진이는 미국으로 떠났고 남편과 단둘이 남게 된 우리는

회사에서 함께 일하며 집에서는 알수 없었던 부분에 대해 서로 더 많이 알게 되었고

전보다 더욱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보아주며 살아가고 있어. 전보다 더욱 편해진 거지.

그러니까 우리 부부도 내적인 트라블은 있지만 큰소리는 내지 않고 사는 거지.



물론 지금 쓴 이야기는 남편 친구 부부모임에서는 물론 내 친구들에게 모두 소문냈지.

내가 얘기할 땐 농담이라고 딱 잡아떼던 남편이

자기 친구들에게는 내가 직원들 앞에서  자기 말을 탁탁 가로막는 등 누가 사장인지

알지 못하겠어서 그랬다고 하더군...  나쁜 사람...

아무리 잘못했어도 사전경고 없이 ‘해고’라니....

하지만 아픈만큼 성숙해진다고 철없던 나는 많이 성숙해진 듯 하기는 해.

아직도 멀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