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는구나.
      올 봄엔 비가 참 많이 오네
      소리없이 조용히 내리는 전형적인  보슬비.
      메마르고 어수선한 모든 것들을 촉촉히 적셔주는 것같네.

      인재근 언니 인터뷰 끝내고 허겁지겁 동인천을 갔단다
      주차를 하고 목적지를 향해서 종종 걸어가고 있는데 뒤에서 부르는 소리

      "아가씨~ "

      순간 나는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다보았지

      " **가 어디로 가야하죠? "

      봉고차 운전하는 남자가 물어보는 말에 나도 초행길이라 대답을 하곤 다시 걸어갔지
      걸으면서 생각을 하니 내가 제정신이 아니라는 거였어

      나는 당연히 아가씨가 아닌 이제 곧 할머니가 될 나이인데
      왜 뒤돌아보았냐는 자문을 했어
      아가씨라고 불러도 나를 부르는 것이 아니겄지 하며 걸어가야 하는데
      부르는 소리에 몸을 돌린 내가 바로 제 정신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어

      아가씨라는 말을 들어서 기분이 좋았던 연령은 30대 중반까지였었다.
      아직도 아가씨라는 말을 들을 정도의 젊음을 가지고 있다는 뿌듯함도 있었고말이지.
      그러나 아줌마라고 부르는 호칭에 더 익숙해지면서부턴
      아가씨라고 누가 혹시 부르면 놀리는 거 같아 기분이 썰렁했었지

      별 것도 아닌 사건이지만
      목적지까지 가는동안 내내 나도 참 대책없는 할매구나라는 생각만했어
      이제는 아줌마라는 말보다
      할매라는 이쁜단어에 익숙해 지려고 노력해야겠지.
      나는 할머니라는 단어보다 할매라는 단어가 더 구엽고 그러쿠먼

      아날로그의 감성을 그대로 지니고
      미래지향적인 디지탈감각을 익히며 겸비하는
      할매......

      모니터 넘어 창 밖에 비내리는 모습을 보며
      이런 저런 생각에 잠겨 보는 아침이네.
      설탕 넣지 않은 블랙커피가 오늘따라  내 입술과 내 마음을 적셔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