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버지 병원에 가는 날이다.

"콧속이 많이 헐어 있는데 방사선 후유증인지
암덩어리가 자라고 있는지는 다음 달에 봐야합니다.
한달 후에 오세요."

지난 달 이비인후과 의사의 말이었다.
아침에 신문을 집어 보니 폐암으로 항암치료받던 탈렌트 이미경이가 죽었다.
가슴이 내려 앉았다.
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해 항암치료 받을 때 이미경의 발병소식을 듣고
내 일처럼 그가 간절히 항암치료를 이겨냈으면 하고 빌었었다.
아마도 이미경은 항암치료 후유증으로 기력이 떨어져서 그렇게 되었을 것이라 짐작한다.
더욱 더 마음이 초조했다.

오후에 병원에 갔다.
아버지도 동생도 역시 초조한가 보다.

"암세포인가 했는데 많이 깨끗해졌습니다.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뿌리가 남아 있을까 그것이 좀 의심이 됩니다만....
젊은이들 같으면 항암치료를 더 하겠지만 노인이시라 두고 봅시다.
참 많이 좋아졌습니다."

3개월간 입원과 4개월의 회복기가
눈 앞에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일주일의 혼수,
병원에서 각오하라고 했던 일,
가족들 다 모이라고 해서 호스피스 병동으로 가라고 했던 일,
그런 일들이 눈앞에 스쳐가 눈물이 났다.
아버지는 그때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동생이 주섬주섬 그때 일을 이야기 했다.
이야기를 듣던 아버지 눈에서도 눈물이 반짝였다.

우리가 초조했던 것은
여태까지 받기만 했던 것을 되돌려 드려야 할 시간이 없을까 봐서였다.
이제 조금이나마 되돌려 드릴 시간이 확보 되었다.

요즘 여동생은 거의 매일같이
나는 일주일에 이틀을 아버지에게 내려가 지낸다.
언니나 남동생네는 직장 때문에 주말이면 내려가고....

저녁에 엄마가 전화를 했다.

"너희들이 아버지 살렸구나."

인명은 재천이라고 하지만
우리는 최선을 다했다고 감히 말한다.

남편이 말했다.

"당신 애 많이 썼어."

몹시 흥분이 되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