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내 일과가 정신없이 바쁘다 보니 예전과 달리 주말이란 직장을 가진 친구들과 마찬가지로 집안일을 몰아서 해야되는 시간이 되어 버렸다. 어쩌다 그 주말을 외출하는 일로 쓰고 나면 그 다음 한 주간을 더욱 허둥지둥하며 보내야하니 자연 바깥 나들이 기회를 줄이게 된다. 오늘 그동안 신경 쓰이던 이불 빨래도 했고 싱크대 앞에 설 때마다 시원하게 닦아내야 할텐데 하고 생각만 하던 장식 선반에 있던 소품들을 내려 하나씩 먼지를 닦아 제 얼굴들을 내미는 것들을 보니 나의 마음도 밁아 지는 듯 하다. 유리창을 통해 내다 보는 풍경이 그리 아름답지 않을 때 내가 주로 하는 방법이 유리창에 반투명 접착시트를 붙이고 유리 선반을 매달아 그 곳에 작은 소품들을 올려 놓는 건데 이 집에서도 싱크대 전면에 유리창이 있어 좋기는 한데 바깥 쪽으로 쌓이는 뿌연 먼지들이 맘에 안들어 이렇게 만들었던 것. 아래 작은 창은 쉽게 떼어 닦을 수 있어 수시로 닦아 놓으면 앞에 있는 초등학교 운동장의 나무들이 내 눈을 시원하게 한다. 뿌옇게 쌓였던 먼지들을 말끔히 걷어 낸 이 쪽을 한 번씩 건너다 보면 대부분이 기념품인 하나 하나에 대한 생각들이 꼬리를 물고... 창 턱에 펼쳐 놓은 책이 요즈음 공부하는 영어교재인데 따로 책상 앞에 앉아 공부할 시간이 없는 나는 여기다 책을 펼쳐 놓고 부엌일 하며 흘깃거리며 예습을 한다. 그나마 그렇게라도 안하면 다음날 망신 당하기 십상이니까. 그런 속 내용도 모르는 어떤 이가 이걸 보고 내가 엄청 열심히 공부하는 줄 알더라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