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창회의 잔치가 끝난, 월요일 아침입니다.

밖에 나오니 파란 하늘에 뽀얀 뭉실한 구름이 상쾌한 날씨입니다.
자동차를 운전하여 5분도 안되어, 비가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오늘부터 며칠 계속 비가 내릴 거라더니, 예보가 맞는 것 같습니다.

마틴 루터 킹이 태어 난 날이라고, 직장과 학교는 공휴일로 지키는 곳도 있고
아닌 곳도 있습니다.
저의 수채화 클래스는 수업이 있어서 가는 길입니다.
차창에 비가 떨어지는 제법 운치 있는 날, 나갈 곳이 있고
할 일이 있다는 사실에 즐겁습니다.

한 면이 유리로 된 교실은, 뒤뜰과 연이은 뒷동산이
곧바로 겹겹이 둘러싸인 산타모니카 마운틴과 연결 되어 있습니다.
오늘은 산 위의 하늘이 한쪽은 선명한 청색인데,
다른 곳은 물감이 번지듯 회색과 청회색이 되어
비가 내리다 말다를 반복합니다.
그 곳을 코요테란 놈이 어슬렁거리며 지나갑니다.

이곳에서 오늘 같은 날씨는 아주 드문 일입니다.
일 년 내내, 반짝이는 금빛 햇살을 볼 수 이곳.
겨울이 우기라는데, 12월부터 지금까지 서 너 차례 비가 왔을 뿐이나,
그 비가 오고 난 후, 시든 갈색 덤불로 뒤덮인 산이, 제법 연두 빛이어서
보기에 많이 아름다워 졌습니다.

학생 수도 오늘은 많이 줄었고
두 시간 반, 수업을 마치고 코스코로 향했습니다.
오늘은 왠지 팝송이 듣고 싶어, 전에 한국 갔을 때
신포동의 ‘향수’ 라이브 카페에서 선물 받은 올드 팝, 시디를 틀어놓고
프리웨이를 달려갔습니다.

집에 거의 다 와서는 비가 세차게 쏟아졌습니다.
카트에 물건을 싣고, 차고에 있던 크다란 우산을 쓰고
집에 들어왔습니다.
오늘 소라는 출근을 하지 않아 집에 있고,
오후에는 손님 네 분이 오시기로 되어 있습니다.

내가 들어가자, 소라가 음악을 틀었습니다.
가만히 귀 기울이니,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입니다.
다른 사람이 들려주는 음악이 저는 더 좋습니다.
다른 사람이 끓여주는 커피 맛도 더 좋구요.
여기선 어쩌다 수퍼나, 서점에서 음악이 흘러나오지만
좋아하는 곡은 거의 들을 수 없습니다.

젊은 시절, 종로 같은 번화한 거리를 지나 갈 때,
레코드점에서 흘러나오던, 내가 좋아하는 음악이면
참 감칠 맛 나게 반가워서
가던 길을 멈추고 듣는 적도 있었답니다.

토요일 밤에는 동창회에 모두 드레스 입고 참석했었지요.
제 카메라에 누군가에게 부탁을 해서 셔터를 눌렀는데,
모두 흔들려 올릴 수가 없게 되었네요.
친구들이 많이 궁금하겠지만,
자유게시판에 전체가 올라 올 때까지 기다려 주세요.

인간의 삶이 만남과 헤어짐의 연속임을 또 한 번 실감 했습니다.
동기, 선후배 만나서 몇 시간 즐거웠지만
헤어 질 때, 아쉬웠고
자정이 다 된 한 밤중 캄캄한 프리웨이 달려올 때, 참 허전했답니다.
타주에서 오신 분들을 소개 할 때,
메릴랜드에서  2기 이계성 선배님이 오신 걸 알고
찾아 가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선배님은 전에 제가 헤르만 헷세의 시와 그림을 올렸을 때,
댓글로 인사를 나눈 분입니다.

헤르만 헤세를 좋아하셔서, 그 분의 책을 다시 사서 읽고 계신다는
품위를 갖추신, 푸근한 언니 같은 분이었습니다.
좀 더 함께 갖지 못한 시간이 못내 아쉽습니다.
2기 선배들은 타주에서 여러 분이 오셔서
다음 스케쥴로 팜 스프링으로 간다고 하셨어요.

4기 선배님들은 한국에서 15명이나 오시고
30명도 더 되는 숫자로 완전 주인공이셨습니다.
그리고 멋지고 젊은 율동으로 우리 모두를 놀래 켰답니다.

내년은 우리 차례인데, 미주 신년 모임에 올 수 있도록
모두 미리 계획을 세우심이 어떨까요?

우리 남은 생애에
하루 밤쯤 우아한 드레스를 입고
함께 춤을 추어 보시지 않겠어요?

방금 손님들이 돌아가시고
늦게야 손을 보아 올립니다.
오늘은 괜히 주절거리고 싶은 날이었습니다.




Jascha Heifetz 의 연주로 듣는
Saint-Seans/ Introduction and Rondo Capriccioso for violin & orchestra in A minor Op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