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걸이 다방을 아시나요?



나는 그런  재밌는 다방 이름은 처음 들었습니다만.

옛날 한국에서는 역사가 이루어 지는 곳이었지요.

연애당이라고 불렸던 교회와 함께

우리네 젊은이들의 로맨스가 이루어지는 장소는 바로 '다방'이

첫 손가락을 꼽는 곳이였지요, 필경.



오늘 아침 교회에서 들은 귀걸이 다방에 얽힌 이야기 입니다.

아마도 4-50년  된 이야기이지요.

지금은 목회 하시다가 이제 정년 퇴직하신 목사님이 말씀하시기를

대학 동창을 오랜만에 길에서 만났는데 다짜고짜로

"야, 나 장가 좀 가야 되겠다."고 하더랍니다.

그래서 "하지 왜 그러냐?"고 했더니

"야, 내가 시골 출신이 되어 어떻게 서울에 아는 여자가 있냐?  

너는 교회 다니지 않니?

교회에는 여자들이 많다고 들었는데 소개 하나 해 줘라"고 들이 대더랍니다.



그래서 별 생각 없이 "그러지 뭐. 교회에 한번 나와 봐." 그랬다는 것입니다.

그당시 목사님은 평신도로 총각 이었는데

그 친구가 교회에 진짜 나올 줄은 차마 몰랐지요.



그런데 바로 그담 일요일에 교회 마당에 시발 택시 한대가 들어 서더랍니다.

그때만 해도 자동차나 택시타고 다니는 사람이 흔치 않아서

어떤 잘난 사람이 내리나 하고 보았더니 바로 그 친구더랍니다.



그래서 예배당 뒤 자리에 나란히 앉았는데

친구는 "어떤 여자를 소개 해 줄거냐?"고 서둘더랍니다.

그래서 생각난 것이 제일 앞에 보이는 성가대석의 여자들이었대요.

그 중에서 부모님 대부터 예수 믿은 집안의 여자는 빼놓고

자기들만 예수 믿는 처녀가 세 사람이 있어서 그들을 가르쳐 주며 고르라고 했더니

맨 가상이에 앉은 여자를 소개해 내라고 하더랍니다.

그리고 몇월 며칠에 바로 귀걸이 다방으로 데리고 나오라고 하고 가 버렸더랍니다.



이런 중차대한 직무를 맡고 고민고민 하던 우리 목사님...

용기를 내어 그 처녀의 집에 부딪혀 보려고 찾아갔다고 합니다...

자기도 총각인 주제에 그런 심부름 하러...ㅎㅎㅎ



그 부모님들이 우리 목사님을 별로 신통하게 생각지 않으셨지만

자기가 딸 달라는 이야기가 아니라니까

그 딸을 만나게만 해달라는 청을 들어 주셨지요.



그녀에게 사정 이야기를 자세히 했더니

고분고분 말을 듣는 것이 아니라 펄펄 뛰며

"나는 그런 일은 몰라요. 왜 내가 그런 불편한 자리에 나가야 해요?"라고 하더랍니다.

아직 결혼 생각이 없고 어쩌고 저쩌고...옛날 처녀다운 의례적인 말들을 늘어 놓았더래요 ..

그러나 목사님은 "나도 잘 모르겠으니 직접 만나 이야기 해보세요.

나는 말을 전한 것 뿐이니...

아무튼 그냥 그날 모시러 오겠습니다"고 하고 집을 나와 버렸습니다.



그런데 그날 찾아가 보았더니 이게 왠일입니까?

그녀가 아주 예쁘게 화장을 하고 기다리지 않았겠습니까?



그래서 모시고 바로 그 귀걸이 다방으로 나갔다는 거지요.

그 친구는 너무나 기뻐하면서

자기에게는 차 한잔도 안 사주고 쫒아 내더랍니다.

"야, 이제 너는 가 봐"



재미있는 것은 그들의 만남이 일사천리로 잘 되어 결혼했구요.

자기 친구가 그렇게나 적극적이고 열심인 줄은 그때 알았답니다.

그런 열심으로 사업도 크게 하고 자기 동창중에 제일 크게 되었고

제일 잘 사는 사람들이 바로 그 부부이랍니다.

서해안을 개발하여 디즈니랜드 같은 것도 꾸미는 등, 엄청난 부자가 되었을 뿐아니라

자식들 잘 키우며 알콩달콩 산다구요.



나중에 목사님과 만날 기회만 있으면

고마움을 두고두고 표시한다고 합니다. 그러겠지요..

그리고 헤어질 떈 꼭 봉투 하나를 내 놓고 "이건 헌금이야!" 한답니다.



그래서 내가 물어 봤지요.

그분들이 예수 잘 믿어요?

그랬더니 하시는 말씀이 믿기로는 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계속 기도 제목이랍니다.



지금이야 이멜도 하고 셀폰도 있고 얼마나 연애하기가 쉬운지요.

우리 때 그런 것이 벌써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맘에 드는 남자를 은근히 아무도 몰래 꼬여 볼수도 있잖아요...

중매, 그런 시시한 것 안해도 좋았을텐데...

그래도 아쉰대로 교회나 다방이 젊은이들의 만남의 장소를 제공해주었으니

교회마다 다방마다 얼마나 얽힌 이야기들이 많을까요?


가슴 두근대며 눈물과 기쁨이 오가던 그런 곳...

아직도 다방이 존재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너무나 흔한 이야기인지는 모르나 우리는 한참 웃었거든요.

그리고 연발 두어 사람이 다방에서 생긴 인연들을 얘기 해서 더욱 웃음 꽃이 피었구요.

본전 다방... 종점 다방...

나는 어찌 그리 남의 인연의 만남의 이야기들이 재미있는지 모르겠어요.

(2008년 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