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칠년 전 일이다.
친구 ㅅ과 나눈 대화

사는게 재미없어져서  자전거라도 배워야겠어.
어디서 배우는데?
잠실운동장.
그럼 나도 같이 배울까?
어머 잘 됐다.

우리집에서 잠실운동장까지 전철로 한시간 이상 걸리는 거리지만
전철역에서 친구가 차로 픽업해주기로 하고 자전거 배우기를 작심했다.

그런데 첫날 내리막 중심잡기에서 자전거와 함께 나뒹굴어지는 사고가 생겨 얼굴에 피가나고...
포기하고 말았는데 그때부터가 나의 자전거 짝사랑의 시작이었다.

친구는 느리느리 인내심있게 배워 자전거를 타게됐다.
같이 여행을 갔더니 왜그리 자전거 길은 많은지...
그들은 유유히 자전거를 타고 즐기는데 나는 택시를 타고 가면서
나의 인내심 없음에 한숨지었다.

어느 추운 겨울날 남편 출근시키는 도중 정지한 도로 앞 횡단보도로
한 아주머니가  짐을 가득 싣고도 생생하게 자전거를 타고 가는 모습을 보고
어머 자전거 탈 줄 알아 좋겠다 했더니 옆에 계신 분 어이없어 하며 좋기도 하겠수...

몇년 전 산 CD에는 퀸의 노래 `I want to ride my bicycle`이 들어 있었다.
또 작가 김훈의 `자전거 여행`을 읽었다
다시 잠자던 자전거 병이 도졌다.
그런데 나이들수록 겁이 자라는지 더더욱 배울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여우의 신포도` 처방으로 그래 자전거 타다가 다치는거 보다 나아
또는 아직 우리나라 자전거 탈 길이 얼마 없지 뭐...하면서 도진 병을 다스리기도 했는데...

그런데 올가을 후배 ㅈ이  언젠가 말한 자전거타령을 기억했다가 같이 배우자고 전화를 했다.
등록을 하고 자전거 배우기 시작
월요일부터 중심잡기를 배우는데 금요일까지 되지 않으니
평소  균형감각을 그렇게 좋아하면서 막상 자전거 중심도 못잡고
나란 인간은 천하에 바보구나 실망되기 시작했다.
과장되게 말하면 세상은 자전거를 타는 사람과 못타는 사람 두 부류의 사람으로 나뉘어 보이는 증상까지 생겼다.

주말에 하도 마눌이 자전거 고민에 빠져 있으니 남편이 이럴줄 알았으면
자전거 탈 줄아는 여자와 결혼할 걸 한다.
일요일엔 지인들과 산행 가서도  연습하고 싶어 어디 자전거가  없나   눈을 굴리는 나.

다음 주 월요일
자전거와 씨름하기 거의 8시간만에 어머나! 기적처럼 중심이 잡히는게 아닌가
두주 배우는 과정 30명이 시작했는데 정말 겨우겨우 꼴지를 면하면서
일주만에 자전거의 첫발을 내디뎠다.

아직 첫발 뗸 아기같은 자전거 타기 실력이지만 자전거 타기처럼 성취감을 준 일이 최근에 없어서인지
아주 뿌듯하고 행복하다.
단풍든 나무사이로 자전거를 타고가며 맞는 바람처럼 상쾌한 바람이 있을까
내년쯤 한강고수부지를 친구와 달릴 수 있겠지....흠
칠 년 고민이여 안녕ㅎㅎㅎ


친구들이여 아직 자전거를 못탄다면 한 번 도전해 보라고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