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자가 혜옥이와 나를 태우고, 벤츠 딜러에 갔다.
정식 타이어로 교체하는 동안, 희자가 준비 해 온 도시락을
손님을 위한 안락한 룸에서 먹고, 그 곳에 비치 된 커피를 마신 후,
물까지 한 병씩 얻어 그 곳을 나왔다.

시월의 맑고 푸르른 날, 메릴랜드 주 정부인 아나폴리스에 갔다.
바다가 있는 아름다운 올드 타운(Old Town)이었다.
타운 입구에 있는 안내 센터에서부터,
나무와 꽃으로 장식한 아기자기하게 예쁜 동네였다.

아침 걷는 시간에 가끔 동네를 걸을 때가 있다.
걸으며, 꾸미고 장식한 집을 구경하는 것을 나는 참 좋아한다.
여기 사람들은 집의 내부 장식도 잘 하지만, 바깥도 잘 꾸며놓는다.
꽃을 심고, 색깔을 맞추고, 장식을 하는 것에는 몸에 배인 듯하다.

바다에는 배들이 많이 정박 해 있었다.
아마 개인 요트가 많으리라 생각된다.
언제나, 어디서나 바다를 보는 건 좋다.
바다를 보는 순간, 아~하는 탄성이 나온다.
그리고 머리와 가슴 속이 벅차서 끓어오르는 듯 시끄러워진다.
바닷가 도시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그런지,
끝없는 수평선의 바다를 보면 가슴이 울렁이고,
이렇게 해안에 배가 정박 해 있고, 비릿한 바닷바람이 부는 곳에서는
아릿한 향수를 느낀다.
파도가 치고, 모래사장이 펼쳐지는 퍼시픽의 해변이나 동해의 시적인 바다나,
고깃배가 들어오고 어시장이 서는 시끌시끌한 남해의 바닷가나,
여행 중에 만나는 어떤 바다이던지, 바다를 보면 나는 환호하지 않을 수가 없다.

혜옥이는 전적으로 사진공부를 하려는 듯 카메라를 새로 장만했다.
그 무거운 카메라 장비를 어깨에 메고, 다니면서 계속 셔터를 눌러 대느라
뒤처지곤 한다.
희자와 나는 포토맥 강에 갔던 어제보다, 오늘이 온도가 더 오른 줄 알았기에
짧은 팔 티셔츠를 입고 왔는데, 엘에이 보다 기온이 낮을 거라 생각한
혜옥인 티셔츠 위에 면 윗도리 까지 입고, 땀을 흘렸다.

희자가 엘에이에 왔을 때, 일주일 내내 무척 더워서 고생을 많이 했다.
엘에이에 사는 우리가 워싱턴에 오니까,
날씨가 우리에게 희자 복수를 해 주나 보다 하면서 까르르 웃으면서도
하늘에는 구름이 떠다니는 맑고 깨끗한 날씨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해군 사관학교에서, 여행객으로 보이는 아가씨에게 사진을 부탁 했는데
셋이 찍은 사진에, 한 장은 내 얼굴만, 다른 한 장에는 혜옥이 얼굴이 반 쯤 잘려서,
다시 부탁하여 셋이 모두 나온 사진을 겨우 한 장 건졌다.
디카로 찍는 요즘 세상에 그렇게 잘 못 찍기도 힘들 텐데, 참!

여기저기 다니는데, 엘에이 성자에게서 전화가 오고,
조금 있다, 동남아로 오랜 여행을 다녀 온, 엘에이 인숙에게서 또 전화가 왔다.
어느 곳에서나 전화를 하고, 받기도 하는 핸드폰이 새삼 고맙게 생각된다.

집과 집들 사이의 후미진 곳까지 구경하며 돌아다니고,
상점도 구경하며 오후를 그 곳에서 보냈다.
나도 사진을 찍느라고 보이는 데로 꾹꾹 눌러댔으나, 정작 건진 건 몇 장 안 된다.
저녁 식사를 위해, Sea Food 뷔페식당으로 갔다.
싱싱한 굴이 껍질에 든 채로 나오고, 짜지 않게 맛있게 요리 된 게 다리, 등
갖가지의 해물로 만든 요리를 맛있게 먹었다.

돌아가기 에는, 트래픽이 심한 퇴근 시간이어서,
소화도 시킬 겸, 걸어 다니며 좀 더 있기로 했다.
나의 주 관심사인 그림이 걸려 있는 곳이면, 희자와 혜옥이가 걷고 있어도,
나는 얼른 갤러리로 뛰어 들어 가 그림들을 보고 나왔다.
맘에 드는 좋은 그림을 보면, 내게 새로운 생기가 돋는 것 같다.

셋이서, 아름다운 바닷가 동네에서, 오늘 하루 즐겁게 지내고
돌아오는 캄캄한 밤.
프리웨이를 조심조심, 아슬아슬하게 희자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왔다.

우릴 위해, 점심 도시락 준비하고
맛있는 저녁 사고, 운전하느라 많이 긴장하고, 수고 한 희자!

땡큐, 희자! 정말 고생 많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