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아가라 여행


계획에 없었던 나이아가라 폭포 여행은 시누의 배려였다.

이른 아침에, 링컨 브리지를 지나, 뉴저지에 갔다.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을 싣고 출발했다.

깨끗이 포장 된 도로,  Interstate 80번 도로를 따라 달린다.
단풍이 들기 시작한 도로변의 나무숲은 보기가 좋다.
80번 도로는 뉴욕에서 출발하면 샌프란시스코까지 가는
미국을 횡단하는, 중심이 되는 도로다.
네브라스카 오마하를 지나는 도로이기도 하여,
로키산맥 방향으로 여행 할 때마다
중부에서 서쪽 방향으로 몇 번 오가기도 했는데, 동부에서 타기는 처음이다.

가을 날, 청명한 하늘에는 뭉개구름이,
들에는 잎이 누렇게 시들어가는 옥수수 밭과, 가끔은 추수를 끝낸 빈들도 보인다.
이제 단풍이 들기 시작한 길가의 나무숲의 정다운 색깔.
나이가 들어 갈수록 누런 황금색의 들판 같은, 또 시들어가는 애잔한
갈색 톤이 점점 더 마음을 끈다.
바뀌는 바깥 풍경을 보며, 여행을 여행으로서만 즐기는 여유로움을 갖는다.
마음이 편하고 홀가분함을 느낀다.
일상을 벗어나, 낯선 사람들 속에 섞이는 낯선 나를 바라보는 것.
혼자만의 여행이 이런 것일까?
늘 혼자 생각만 하고, 행동으로 감히 옮기지 못하는데, 이제 무엇이라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 같은 담대함이 생각 속으로 올라온다.
내 앞에 앉은 70대의 할머니도 나같이 혼자였다.
그 외는 모두, 일행이 있었다.

관광버스로 하는 여행도, 낯이 선 사람들과의 여행도 처음인데
참으로 느긋하고 자유로웠다.
대부분이 한국에서 관광 온 사람들이었다.
한국에서 온 사람들을 만나면, 묻지도 않는데 대개가 자식 자랑이다.
아들이 콜롬비아 대학에 국비 장학생으로 왔다, 의사다, 등.
하긴 그들에게 들인 정성을 생각하면, 세상에 대고 자랑하고 싶겠지.
얼마나 자랑스러우면, 처음 본 사람에게 선듯 자랑을 할까?
이해하자. 그동안 참 많이 수고 하셨다고 말 해준다.

뉴욕대를 졸업하고, 대학원 공부를 하고 있다는 가이드는,
지나는 지방마다 그 곳의 역사와 자신의 여행담을 구수하게 풀어내고
중간 중간 올드 팝송과 피아노 소품을 들려주었다.

나이 여든이 다 되어 화가가 된, Grand Ma Moses(할머니 모세)의
그림과 같은 마을이 수도 없이 지나가고
거의 9시간이 걸려 나이아가라 폭포가 있는, 뉴욕 주의 나이아가라 폴에 닿았다.
폭포에서 뿜어내는 물안개가 보이기 시작했다.  

나와 9명은 미국 쪽에 내리고, 나머지 37명은 캐나다로 갔다.
호텔 방에 가방을 두고, 폭포에서 떨어진 물이 세차게 흐르는 다리를 건너
Bridal Vail Falls(면사포 폭포) 밑으로 물을 맞으러 갔다.
영화 나이아가라에서 마리린몬로가 두려움에 떨면서 올라가던,
바로 그 곳에 가서
떨어지는 폭포 밑에서 물보라를 많이 맞아 바지 가 반이나 젖었다.
물맛을 보니 달콤한 생수 맛이었다.

주위는 벌써 캄캄해지고, 카지노 뷔페식 식당에서
부드러운 안심스테이크, 게 다리, 스시, 등으로 푸짐하게 식사를 했다.

밤의 폭포를 보러갔다.
폭포가 만든 강의 건너, 캐나다에서 오색 불빛을 비추고 있었다.
장엄하게 쏟아지는 폭포에 신비한 푸른, 초록, 붉은 색깔로 변화하는 물빛.
캐나다의 전망대와 높은 곳의 호텔을 보면서
얼마 전에 캐나다 쪽 나이아가라에 온 동기들 생각이 났다.
‘저기 앉아서 밥 먹고, 수다 떨고 했겠지.’

누군가가, 그 유명하다는 나이아가라 폭포를 보고
열심히 운전해서 찾아갔더니, 너무 싱거웠다고 말했다.
직접 와 보기 전에는, 나도 아마 그럴 거라고 생각했다.

장엄한 오케스트라를 연주하듯, 떨어지는 세찬 물살의 경이로움에
인선이도 그랬듯이, 창조주 하나님을 찬양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나님의 작품이 아니고서야 어찌 이런 걸 만들 수 있을 것인가!

버스에서도 혼자 앉았고, 풀 사이즈 베드가 두 개 있는 호텔 방을
혼자 쓰는 행운을 가져, 편안하게 푹 잤다.

보슬보슬 비가 내리다, 말다 하는 다음날은 배타고, Horseshoe Falls(말발굽폭포)리는
가장 웅장한 폭포 바로 밑에까지 가서, 빠른 속도로 떨어지는 폭포를
물보라를 맞아가며 감상했다.




밤이 늦은 시간에 맨하탄 32가 에 도착하니, 시누가 나와 있었다.
늦은 밤에도 맨하탄은 잠들 줄 모르고, 붐비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