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을 다녀와서


맨하턴에 거주하는 시누가  다른 주로 이사하기 전에,
그들이 그 곳에 머무는 동안 다녀오면
다니기 편리 할 것이라는 생각만으로, 별 기대 없이 간 여행이었다.
영어라면, 수퍼에 가서 물건 살 정도인 영어치인 내가,
과연 혼자 잘 해 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불안하기도 했다.
내리면 수화물은 금방 찾을 수 있을까?
택시는 어디서 타야 하는 것일까?
어정쩡하게 두리번거리는 내 모습이 상상이 되었다.

금요일에 정례와 만나서는 허드슨 강 숲길을 걷고 싶었고
인숙이 와는 토요일 오전부터, 주일까지 같이 있을 것이다.
34년 만의 만남인데 어떨까?
전화할 적마다 인숙이는 자기는 많이 늙었다고, 이러다가는 우리 70이 되어도
못 만나겠다고 너스레를 떤다.
떠나기 전, 이런저런 상상과 생각을 해 보는 것도 꽤 괜찮은 기분이었다.

가져 간 책 한 권을 다 읽고,
다섯 시간 반을 비행하여 도착한 케네디 공항은,
중간에 에어 트레인을 타야하는 라스베가스 공항보다
훨씬 찾기 쉽고 편리하게 되어있었다.

짐을 찾아 나오니, 노란색의 택시가 보였다.
줄을 서서 잠시 기다리다 택시를 탔다.
머리에 터번을 두른 아랍계통의 택시 운전사였다.

가는 길에 East River와 Sentral Park도 보았다.
운전자에게 물어 알았다.

맨하턴 66번 가에 위치한 고급 아파트.
비행기에서 점심을 거른 나는,
김치와 불고기 등으로 성의 있게 차린 저녁을 맛있게 먹고,
37층 아파트의 옥상으로 올라갔다.
추석 한가위를 하루 앞 둔, 보름달이 둥실 떠 있었고,
멀리 워싱톤 브릿지와 허드슨 강을 잇는 여러 개의 다리가 보였다.
맨하턴의 고층 빌딩 숲의 현란한 불빛이 춤을 추고 있었다.
와~ 여기가 영화에서 보던 뉴욕이구나, 하고 속으로만 탄성을 질렀다.
맨하턴의 사방으로 허드슨 강이 흐르고 있었다.

문득 아래를 내려다보니 링컨 센터의 환한 불빛이 보였다.
분수대가 있는 광장에 대형 스크린이 걸려있고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시누와 나는 내려가서 사람들 틈에 끼어들었다.
서서, 또 종이를 펴고 앉아서
공짜로 오페라를 관람했다.  
'Lucia Di Lammermoor'(라메무르의 루치아-도니제티의 오페라)
음향시설이 기막히게 완벽했다.
첫날부터 이게 무슨 행운이람?
역시 이번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에 흐뭇했다.

뉴욕에 오기 전, 뉴욕에서 뉴욕 필하모닉 연주회에 꼭 가야지 하는 생각으로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이미 모든 스케쥴은 10월로 잡혀있었다.
9월과10월에 걸쳐서는 주로 차이콥스키의 음악이었다.
링컨센터에서 주말에 갈 수 있는 것도 있었지만,
토요일에 인숙이와 만나기로 이미 약속되었고
그 날 뉴저지로 갈 계획이었기 때문에 아쉽게도 포기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