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번째 이야기

               꽃에 파묻힌 영희네 집에서(끝)

한도 없이 맛있는 음식을 먹은 후,
저녁 으스름한 때에 도착한 영희네 집은 완전히 꽃으로 뒤덮여 있었다.
하이드렌카라는 예쁜 이름의 수국이 옆에 서있고
꽃피는 단풍이 몇그루인지 수도 없고
각종 단풍이 많이 심겨 있었다.

배고니아꽃은 이번에 캐나다 구경을 하면서 많이 만난 꽃인데
그 집 앞에도 어김없이 만발하게 피어있었다.
대문을 들어가기 전에 꽃부터 감상을 하게 되었다.
흰꽃, 노란꽃, 진노랑꽃, 보라빛 잔꽃,이름모를 꽃들도…

그런데 기가 막힌 것은 대부분의 꽃은 화분으로 되어있어서
겨울에는 방안으로 들여 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캐나다 겨울은 지독하여 밖에서는 얼어 죽기 때문에..

“그러면 집안이 완전히 꽃밭이 되어 버리겠네.”
그렇단다.
"그럼 겨울에 한번 더 와 봐야지"라고 말했다.

자주 흙을 갈아주고 열심히 돌본 결과
몇년만에 키가 나무같이 커다란 큰 화분들이 되어서
집안이 가득차 버린다는 것이었다.

뒷 마당은 아침에서야 구경했는데
한국 정원을 만들려고 한국 아니면 일본이 원산지인 나무들만
골라 사다가 심었단다.

한국산 수국, 도장나무,
대나무는 너무나 왕성하게 자라서 골치고…
소나무, 작약, 시베리안 아이리스,
무궁화 꽃이 반갑고, 일본산 단풍나무 등등…

빈틈이 없이 가득차게 심어놓은 것은
얼마나 영희가 꽃과 나무를 좋아하는가 단면으로 보여주는 것….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정원 가꾸기로 나타나는 것일게다.

마침 영희네 바람둥이 검은 고양이가 새끼를 네마리 낳은지 일주일 밖에 안되었단다.
고물고물 거리는 아기 고양이 구경을 신기하게 했다.

내 어린적 시골에서는 강아지 새끼낳는 것이나
돼지 새끼낳는 것을 많이 구경했었는데
그때의 정겨운 기억이 나는 것이었다.

영희의 잘 생긴 두째 아들이 빙긋빙긋 웃으며
우리를 만났고 큰 아들과 딸은 사진만으로 구경했는데
하나같이 아주 잘 생긴 영희의 든든한 보물들 이었다….

떠나는 날 아침에 일어나 베이걸과 쥬스를 먹고  
비행기 시간 전에 조금이라도  더 구경시킨다고
카사로마 성을 찾아갔다.

약 100년전에 갑부가 지어놓은 성인데 방이 100개가 있고
화려의 극치로 꾸며 놓은 성이었다.
그당시 보통 집 짓는 값이 2500불이었는데 이 성은 1200만불이나
들었다는 것이니 그 얼마나 화려할 것인가?  

그런데 한때 갑부였던 그도 나중에 이집을 감당할수 없어서
4만 5천 불의 세금을 내지 못해 빼앗겼다고한다.
유지비가 너무 많이 들어서 부숴버리자는 말도 나왔을정도로 골치를 썪였는데
르와나 클럽이 인수하여 보수를 하며 관광지로 쓰고 있다.

한국인 관광객을 위해 한국어로 해설을 해주는 기구까지 있어서
들고 다니며 구경을 잘하였다.
한국 관광객이 대접을 받는 세상에 우리가 살고 있다.

3회 선배 순임언니가 기다리는 부페식당은
일본음식까지 있는 화려한 곳이었는데
우리는 모두 여행길의 마지막 점심으로 실컷먹게 되었다.

언니는 연방 만면에 웃음을 띄고 우리를 사랑스런 눈으로 바라보셨는데
그 동네에서 꽃가게를 아주 잘하고 계신다고 했다.
바쁜 틈을 내어서 우리를 먹이시려고 나오셨으니…
난생 처음 만난 분이지만 우리에게 얼마나 잘해 주시던지 송구스럴 지경이었다.

밥을 다먹고 포춘 쿡키를 하나씩 뜯었다.
영희 것에서 나온 행운의 말은 우리 모두를 흥분 시켰다.
“좋은 친구가 당신이 연락하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나는 그것을 “당신의 첫사랑이 당신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습니다.”로 읽어줬다.
영희가 최근에 꿈꾼 것과 맞아 떨어지는 내용이어서 얼마나 재미가 있었는지!

언니의 따뜻한 전송을 받고
미국에서 온 우리들은 비행장으로 부리나케 나갔다.
갑자기 정든 친구들이랑 떨어지기 싫었지만
2 년후를 기약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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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토론토 공항에서 어떤 안내원 아저씨가 나를 보더니
눈을 크게 뜨면서 오라고 손짓을 했다.

나는 왜그런가 가 보았더니
나에게 한다는 소리가
“당신은 왜 그렇게 예쁩니까?”
“What?”
나는 믿을 수가 없어서 너무나 깜짝 놀랐다.
젊은 때도 여간 못들어 본 말이 아닌가 말이다.

아마도 친구들과 며칠 지내는 동안
너무나 행복에 겨웠던 내 얼굴이
생판 남이 봐도 예쁠 정도로 피었었던 모양이다.
“치 …” 그런 말에 흥분이 되다니 나도 어쩔수 없는 여자가 아닌가?ㅎㅎㅎ

집에 와서 한참동안 내 웃음은 내 입가에 머물고 있다.
내 추억의 장에 불어난 화려한 이야기들과 함께….(2007년 9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