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이 싹트는 우정

어제 은희에게 전화 했더니 오늘 선희자네서 점심 초대를 받았다더라.
달초에 은희 개인전을 내대신 가보도록 주선하여
그때 처음 만났고 이번이 두번째 일꺼야.
그래서 다녀 오는대로 보고를 하라고 했지.
뭐가 궁금해서냐고?

행운목이랑 찍어 우리 홈피에 올려 놓은 사진이 마치 식물원 같기도 한
그 집이 궁금하기도 했고,
두사람이 너무나 다른 성격인데 어떻게 친해지려나 하고....

오늘 바쁘게 일하는데 은희가 전화를 했어. 흥분된 목소리로.
“인선아, 나 갔다가 왔어.”
나는 그 사이에 다 잊어 먹고 “어디에?” 라고 물었고…

와싱턴 디 씨 근교에 있는 두 집 거리가 글쎄 5 마일 정도 밖에 안된단다.
아이구 부러워라!
너무나 신이 났더군.

희자가 언니처럼 잘 해줬댄다.
막 퍼주고… 꼭 친정에 다녀온 기분인가 봐.
마음이 시원하고 너그럽게 느껴진다나,
깍쟁이 은희가 칭찬이 모자라서 쩔쩔매는 거야.

점심 식사를 준비하였는데 그렇게나 음식이 맛있더래..
은희가 자기 음식 솜씨가 좋으니까 남을 칭찬하기는 인색할텐데
정말 여러가지로 표현을 하면서 좋은 솜씨라고 칭찬하는 거야.
요란하지 않으면서 깊은 맛이 있다나, 보통솜씨가 아니라나,
자기 입맛에 꼭 맞게 짜지도 않고 간이 맞고 맛있더라...고  감탄을 하더라…
살림꾼이 살림꾼 알아본거겠지.

집도 좋은 동네에 있는 아주 근사한 집이고 운치 있게 잘 해놓고 살더라고...
화가의 눈으로 보아서 하자가 조금도 없는 모양이지?
골동품도 여러개가 있어서 구경을 했는데
그중에 하나는 3-4대 윗 할아버지 초상화인데 대감님 옷을 입은 것을 그려논 것이었다고…
말을 안하려고 해서 몇번이나 캐물어서 알아냈는데
참판쯤 하셨다니... 남편의 조상님들이 훌륭했던 것을 한눈에 알수 있었다고 하네.

재미난 것은 골동품중에서  가장 오래 된것이 어느 것인지 맞쳐서 상으로 들깨 기름을 탔단다.
들깨 기름은 미국에서는 싱싱한 것은 돈을 주고도 구하기 어려운 귀한 것인데
선물로 줬다고 너무나 행복해 하는 게 아니겠니.
아주 좋아해서 몇번 사 봤지만 금방 변해서 버리곤 했었다는데
그 맛있는 들깨 기름을 방금 한국서 가져온 따끈따끈 한 것으로
사이다병으로 한병이나 주더라고 정말로 신이 나는 모양이더라.

거실에 펴놓은 두꺼운 성경책은 캐톨릭에 심취한 단면을 상상할수 있어서
존경심이 우러나왔다고 하니
우리의 친구 선희자, 참 자랑 할만하다!

그런데 희자가 다리 한쪽이 좀 아픈 모양이야.
지난번 홈피에서 그런 말이 있었지만 이미 다 나았을줄 알았더니 아직 그렇댄다.
내 몸 아니니까 금방 잊어먹었지 뭐니.
기도 해야 하겠지?

내 대신 은희랑 희자랑 잘 지낼 걸 생각하니 샘이 많이 나서
나도 곧 한번 가련다고 큰 소리는 쳤다만 언제나 시간이 날까?
나 없어도 니들 둘이 잘 지내라! 외로운 미국땅에서 제일 가까운 이웃처럼!
희자 은희 두사람, 귀한 친구들의 새로운 우정이 싹틈을 축하하며…
사랑해! 외쳐본다.
(2007년 6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