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애가 둘러리 선 결혼식에 참석하였어.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지난 4월 주말이었지.

친구 제시카는 한샘이가 늘 칭찬하던 친구였어.
우리 아인 엄마 닮아 어깨가 구부정한데.
제시카는 날씬하고 몸 자세가 얼마나 곧은지 정말 멋진 생도였거던
게다기 일처리를 아주 깔끔하게 잘 해서
우리 애 말로는 제시카가 총생도대장 감인데
왜 자기가 되었는지 모르겠다던 그런 정말 괜찮은 생도였어.

현 부시 대통령의 아버지 대통령이 즐겨 찾는다는 아주 멋진 곳의 아주 예쁜 정원에서.
하객은 60명 미만으로 작은 결혼식이었어.
외동딸로 캐톨릭 계통의 학교만을 초등학교에서부터 고등학교까지 다니면서 휴스턴에선 이름 날렸데
(하객들이 그렇게 말하더라고)
내가 봐도 정말 멋쟁이 여인이야.
드레스도 영국 디자이너가 만들었고 독일에서 구해 왔다는데, 정말 우아했어.
도저히 군인이란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예쁜 미모의 여인.

제시카가 13살 때부터 애용했다는 전용 미용사 (어린이 미인대회 미용사 라네)가
새벽부터 호텔로 와서 신부, 둘러리는 물론
어머니, 할머니, 대모 (Godmother)의 화장과 머리를 맡아서인지
한샘도 달라보이더라니까.
그 전용 미용사는 결혼식과 피로연 끝날 때까지 제시카 옆을 쫓아다니며 머리랑 얼굴 매무새를 다듬어 주더라고.
그런 거 처음봐서인지... 딴 세상에 온 거 같더라고.

엄마 아빠 두분 다 소아과 의사로 여유있는 삶을 사시나봐.
그렇다 치더라도
다리에 이상이 생겨 지팡이에 의지하는 아빤
리허설 디너 및 리셉션 하객 카드 일일이 만들어 확인하시고
(딸덕에 그분들과 같이 있었거던)
만찬 사회도 직접 보시구
딸과 춤을 추는데, 몇번 넘어지시면서도 땀을 뻘뻘 흘려가시며...
정말 박수 많이 받았다.
난 흐르는 눈물 감추느라 혼났고.
딸이 아장아장 걷기 시작할 때부터 당신 발 잔등에 딸의 발을 포개 춤을 가르치셨데.
그래서일까
제시카 춤은 일품이었어.

제시카 엄만
딸만이 아니라
임신한 둘러리를 위하여
한샘 치수를 독일로 부터 받아서
결혼식때의 둘러리 옷
리허설 디너 파티복
구두끼지 (편안해야 한다며 다섯켤레 구해와 신켜 보시더라고)
정성을 다하는게 이틀 동안 눈에 박힐정도로 보였어.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히 여기는 하나만의 딸을 위한 결혼,
그런 정성과 사랑을 둠뿍 받은 25세의 제시카.

그 신랑은 39세의 아이 둘 딸린 이혼남.
고등학교 졸업 후 군대에 가서
나중에 나랏돈으로 대학을 졸업하고
좋은 직장에서 일하고 있다가 이락 전쟁 나자
예비군 신분이다보니 그만 아프카니스탄에 파병되어서
거기서 제시카의 부하 (장교와 하사관 중간 계급이라나)로 있다가
서로 사랑에 빠진 경우래.
그래서 예비군에서 전업군인으로 바꾸었다네.

신랑도 내가 보기엔 자수성가 타잎이고 성실해 보였어.
이번 결혼식에 신랑네선 아무도 참석하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모르겠고
시카고에서 친엄마랑 산다는 8살/10살 딸들은 물론이구....

한샘이는 그 두 아이를 독일에서 만났데.
아프카니스탄에서 독일로 귀속된 두 사람 부대는 한샘네서 두시간 정도 떨어져 있다네.
작년 성탄 때 아빠를 방문한 약혼자-전처 사이의 두 딸을 위해서
한샘네 부엌에서 둘이서 Gingerbread House - 과자로 만든 인형의 집을 선물로 만들어 같이 갔었다네.
"엄마, 제시카가 좋은 '새엄마' 될려고 얼마나 애쓰는지 난 알아."
결혼 그 다음날 시카고로 날아가 아이들을 보고 바로 독일 부대로 복귀한다는 새 신랑신부

근데 말이다.

우리나라 연속극마다 천편일률적이더라.
"아줌마는 간다" (나 요즘 금요일이면 본단다) 에서 처럼
부자 부모들이 자기 자식이 가난하거나 학교 배경이 적은 연인을 만나기만 하면
자식과 인연을 끊네 마네 전쟁을 치루던데,..


"딸이 사랑하는 사람하고 결혼한다니까 잘해 주고 싶어요."
제시카 부모님의 하신 말씀이 행동과 표정에서도 진실로 다가오더라.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x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