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동창회!(2)

인, 인천에서 제일 명문 우리학교는
일, 일등 신부감을 아주 많이  배출하여
여, 여러나라에 이민도 가서 살았대요.
고, 고생은 많아도 후손을 위하여라고

인, 인생의 제일되는 목적이 무엇이드뇨?
일, 일생을 투자하여 할일은 무엇이드뇨?
여, 여호와의 뜻, 올 곧게 받들어
고, 고귀한 삶으로 영광 돌리는일

이정도는 즉석에서 할 실력도 경험도 없지 않았었다.
사사성어며 사사조로 난리법석한 홈피를 보고 재미나서 써본일도 왜 없었겠는가?
그런데 그날은 희자가 옆에서 뭐라고 떠들어 줘도 내 귓속에는 하나도 안들어왔다.
옛날에 대학 신입생 환영회에 이렇게  앞에 나가 진땀 뺀 일만 기억이 날뿐...
다시는 얼결에 끌려 나가는 일이 절대로 없어야지 결심하지만 ㅎㅎㅎ...

그런 모임에서 상품을 받아본 일이 없어서 라플 티켓을 샀어도 기대는 안했다.
하지만 그렇게나 많은 상품을 남들만 가지고 가는 것을 구경하자니 샘이 났다.
11회인가 후배 테이블은 상품에 홍수가 났지만 우리 테이블은 최용화가 대표로 하나 간신히 받았다.  
사실은 희자 딸이 보내준 근사한 선물과 드레스 한벌이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굉장한가?
집에 와서 동창회 다녀온 이야기 끝에 꼭 드레스 이야기 티파니 크리스탈 이야기로
사람들에게 자랑을 해댔고 사람들이 믿을수 없어했다.
"그 학교 출신에 부자가 많은 모양이지요?"라고

후배들의 귀여운 몸짓의 춤추는 장면을 잊을수없다.
얼마나 정열적으로 춤들을 추던지, 그 정열들을 어찌고들 사는지 아주 궁금하다.
노래도 끝내주게들 잘한다. 맨날 노래방을 가서 연습들을 할지 모를일이다.
멀리보니 꼭 대학생 정도로만 보였는데 가까이 가봤더니 그건 아니었고...

나의 살던 고향을 노래함으로 여흥순서가 11시경 끝나서 방으로 몰려 올라갔다.
오랜만의 만남을 그 잠깐으로 흘려 보낼수가 없었으니까.
조그만 방에서 11명이 몰려 떠들다가 두 사모님들은 집으로 가고,
이야기 꽃이 폈다.
그러다가 춘자후배의 초청에 따라 노래방에 간다고 몇이 나서고
남은 우리들은 또 무슨이야기인지 한도 없이 하였다.
잠꾸러기인 나는 잠을 자다가 깨다가 하며 이야기를 들었다.
결국은 너무 늦어서 다 자기로한건 밤3시가 넘어서였을 것이다.
희자는 이불도 없이 소파에서 자고 두명은 땅 바닥에 이불을 펴고 잤다.
감기가 안들을까 걱정이 되었다.

다음날은 주일이니 찜질방에가서 못다한 수다를 하자는 것을 마다하고
수인이랑 수인의 아들 차를 타고 교회에 갔다.
젊은 아들이 벌써 최고 좋은 렉서스차를 새로 샀단다.
며느리까지 돈을 잘 벌어서 그렇단다.
수인이네 교회가 분위기도 좋고 은혜스러웠다.

바다구경을 꼭 하고 가야한다는 수인이 말대로
예쁜 타운홈에 짐을 풀고 말리부 해변으로 둘이 갔다.
모래밭이 깨끗하고 아, 탁 트인 수평선! 여기저기 나르는 갈매기들!
정말 오래만에 보는 바다였다.
인천에서 태어나서 외할머니댁 어무루에서 어린시절을 보낸 나,
그리고 인일여고 동창 우리들은 바다를 좋아할수 밖에 없다.  
짙은 초록색이 섞인 푸른색 바다를 보니 고향에 온듯 큰 평안이 밀려오는 것같다.
해변을 걸으며 찍은 사진들이 아주 잘나왔다.
수인이의 카메라가 좋은지 실력이 좋은지,
파파야색 재켓을 입고 찍은 내가 20살은 젊어보인다.
바다를 뒤로하고 찍은 독사진은 컴퓨터 전면에 올려두고 보니 너무 좋은 기념 선물이 되었다.

저녁에는 수인이 집에 가서 컴퓨터 교육을 전수 받았다.
그림 올리는 것과 음악 올리는 것을 배웠다.
수인이가 얼마나 열심히 자료를 발굴하고 모아놓고 있는것도 구경하였다.
그렇게 하니까 우리 모두에게 좋은 그림과 음악을 선사할수 있는것이구나 감탄이 절로 나왔다.

월요일 아침 일찍 수인이 며느리가 해준 아침밥을 먹었다. 좀 미안했다.
세식구에게 아리조나 우리집에 꼭 놀러오라고 다짐을 하고
수인이 아들과 다운타운에 있는 희자 아들집으로 갔다.
거기서 우리 아들과 만나서 볼일을 볼 예정이었다.
희자가 자기도 같이 간다고 따라 나섰다.
팻션 디스트릭트에 가서 물건을 사게 되었다.
드레스 선물을 하신 김애옥 선배님을 가서 뵐줄로 알았더니
섭섭하게도 그날은 다른데 계셔서 전화로만 인사드렸다.

일을 마치고 점심식사를 우명례가 운영하는 식당 본가에서 하기로 하였다.
세라투스라는 동네에 있는 식당이라고 하길래
대학 후배 닥터 안의 클리닉도 그동네 있다는 말이 기억났다.
그래서 가는 길에 전화를 했더니 당장에 뛰어왔다. 우리가 도착하기도 전에…
가서보니 바로 옆 건물에 그의 클리닉이 있었다.
명례네 식당에서 거의 날마다 점심을 먹는 단골이라니 얼마나 재미있었는지!

그곳에서 겸손하고 능력있는 김영란 회장과 귀여운 김용숙 총무, 그리고 사랑스런 오신옥 후배를 만났다.
그곳에서 다시 만났기 때문에 귀한 후배들을 보고 또 보고, 실컷 이야기하고 감사도 전하고 친해질수 있었다.
나중에 이미자 동기도 어찌 알고 맛있는 과일주스를 들고 왔다.
당장에 알아 볼수 있었고.... 홈피에서 만났다고 반가와 해주었다.
우명례는 중고등학교때 깍쟁이처럼 예쁘고 춤 잘추는 멋진 동창으로 기억이 난다.  

닥터 안이 자기의 저서”안수로 병고치는 내과의사”라는 책을 우리 모두에게 저자 사인을 해서 돌렸다.
잘 생긴 남자 의사가 와서 나 때문에 끼어들어 이야기도하고,
책까지 선물을 해주니 모두가 기분이 좋았을것이다.
내 기분은 말할것도 없고…
우명례도 남편의 복음성가CD를 각각 두개씩이나 선물로 주었다.
누룽지도 한자루씩 주고 얼마나 다정히 잘해주려하는지!
와서 씨디를 들어보니 그 남편이 최일류 가수이시다.  
참 부드러운 음성이어서 아주 자주 듣고 은혜를 받는다.

장장 5시간 가까이 수다및 뒤풀이를 하고야 헤어졌다.
궁둥이가 무겁다니 그렇게 오랫동안 식당에 앉아 있어본적이 없을 것이다.
다음날 새벽 다시 아리조나에 돌아와서 평상으로 돌아갔다. 그렇지만 흥분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동창회 다녀온 일이 꿈만 같은데 생각할수록 우리 인일여고 동문인게 자랑스럽다.
내년에는 더 많은 동창들이 몰려 올것 같다. 인숙이 말대로 5기가 두 테이블에 가득찼음 좋겠다.
그리고 싸우난지 찜질방인지도 따라가야지.(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