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무는 가을강에 서서 삶과 사랑을 씹는다      목계 장터


하늘은 날더러 구름이 되라 하고


땅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네


청룡 흑룡 흩어져 비 개인 나루


잡초나 일깨우는 잔바람이 되라네


뱃길이라 서울 사흘 목계 나루에


아흐레 나흘 찾아 박가분* 파는


가을볕도 서러운 방물장수 되라네


산은 날더러 들꽃이 되라 하고


강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 하네


산서리 맵차거든 풀속에 얼굴 묻고


물여울 모질거든 바위 뒤에 붙으라네


민물 새우 끓어넘는 토방 툇마루


석삼년에 한 이레쯤 천치로 변해


짐부리고 앉아 쉬는 떠돌이가 되라네


하늘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고


산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 하네



목계장터에서 님은 무엇이 되고싶으셨습니까.
다시 풍물소리가 들여옵니다.
조용함을 깨지만 사랑의 하아모니처럼 들립니다.
가는 시간과 늙음을 잡으려는 어르신들의 한판 신명에 조용히 미소짓습니다.


-* 목계장터 *-
충북 중원군 목계리 남한강변에 위치한 장터로
남한강변의 수 많은 나루터 중 가장 번잡 했던곳.

-* 申 庚 林 (1936 ~ ) : 1973, 詩集 "농무"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