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버지 엄마의 이야기
참 고맙고 훌륭한 부모님 이야기 이거든
소학교 4년이 학력의 전부인 우리 부모님
50대 후반에 막둥이 아들 공부시킨다고
미국에 오셔서 스스로도 열심히 공부하셔서
체크쓰실줄도 아시고
아들 박사 만들어 소원 푸시고
언제나 부지런히 자립적으로
열심히 사시는 노 부모님
젊은 아들 둘이나 먼저 보내신 고통도
이겨내시고 굳굳하니 사셨지.

자랑좀 해도 되니?
모든 자랑은 안좋다지만 ..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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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 먹고 자라는 채소밭

80을 지나 90을 바라보는 노구로
젊은이 못지않은 정열과 열심으로 가꾸신
우리 부모님의 채소밭을 자랑하고 싶소

오래 버려둔 아파트 단지 공터를 빌려
잔디를 뒤엎고 잡초와 자갈을 골라내어
갈고 거름주며 옥토를 만들었소

토끼 다람쥐가 밤에 나와
몽땅 다 먹어 버릴까 철망도 굳게치고
해마다 점점 더 크게 자리잡은 그 밭은
올해로 12년 가꾼 뉴저지 명소라오

한약 찌꺼기까지 매주 얻어다가
최고급 거름으로 만든 고슬한 검은 흙 밭에서
여름내내 나오는 채소가 무언지 말해보라면

부추, 들깻잎, 고추, 호박, 오이랑 상치
열무, 배추, 무우, 마늘, 파, 가지, 비듬나물 등등
통통하게 싱싱하게 가꾸어서
시장 값 절반도 안받고 나눠줄 제
이왕이면 깨끗이 다듬어 준다고 구부려 몇시간
어느 날엔 밤 두세시까지 했다지

인건비, 개스비가 나올 턱이없지만
날마다 수고하고 수고하는 우리 부모님

씨 뿌린 다음 날이면 싹이 돋아
성큼성큼 크는 그 새싹이 자식처럼 예뻐서,
어제 뜯고 오늘 뜯어도 쉴새없이 자라는 채소가
하수분 너무 신기해서,
남에게 줄 것이있는 풍성함이 좋아서
용돈 벌어 손자들 나눠주는 부요함이 좋아서
아직도 끊을수 없는 매력이라지

지난 해 연말 다리가 부러져 수술하신 뒤
예전처럼 쉽지 않은 밭매기는 중 노동이지만
제발 너무하지 마시라는 자식들 말림도 귓등으로
결코 눕기 전에는 끝낼 수 없는 재미라시니

맛있다고 아우성인 이웃들의 감사와
자녀 손들의 존경과 사랑을 합하여
한약 먹고 자라서 특별히 맛진
우리 부모님의 채소밭, 자랑할 만하지 않소?
                  (2006년 8월 이인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