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썼던시 인데 지금도 가끔 읽으면 읽을때 마다
혼자서 눈물 흘리는 시야.

좀 부끄럽지만 공개한다.




세탁소의 하루


칠남매 중에 제일 게으르고
귀족 연습 좋아하던 내가
미국 와서 십 사년 만에
부러워하는 직업
헌 신짝같이 버린,
공부 밖에 해 본 게 없는
철 없는 남편과 함께

생활 전선 밑바닥
막 노동을
멋도 모르고 시작했다.
대한민국 최고 학부 나온 우리들이
정말  아무 상관 없는 일을 하다니
겁나고도 눈물나와

남 다 하는 일 우리라고 못하랴 시작했지만
백번도 후회하고 도망가고 싶었지
서당개 십년에 겨우 글은 읽은 셈이지만
서투르고 서투른 일 지금까지 그 타령
산더미 일 한숨으로 불어내며
남 돈 벌 때 고생만 벌었지

여름엔 지옥보다 덜 뜨거울 것이라고
땀을 비오듯 훔쳐내며 위로하고
겨울엔 난방비 아낀다고 추워 떨며 재봉질
해도 해도 끝없는 일 막막한 때도
악물고 정신차려 바보같이 살았다.

어느덧 강산 두번 쯤 변할 세월 지나고보니
너무 많이 너무 힘들게 일했어도
남보다  곱게 늙어가는 우리 두사람
주님이 함께 하신 증거,
부족한 것 많아도 웃기는 잘하지

아이들 넷은 이걸로 밥먹고 자라
다 떠나 버렸네
기도하며 키운 아이들
우리 부끄럼 반 쯤은 씻어주고
막노동 그만두라 성화 시작하니
이젠 남의 부러움도 살지 모르지

이제껏 버텨 온 것 내가 생각해도 장한일
고생한 것 만큼 인생의  깊이를 알수 있다면
버린 것 만큼 얻은 것도 있다면
지난 세월 헛되지 않으리니
바보같이 살았다 웃지 말자

주님 함께하시니
오늘도 힘내는 세탁소의 하루
드높이 노래하며 감사로 바꾸는 하루
                             (2003년 9월 이인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