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써 둔 시 한편을 올린다.
조금 부끄럽지만...


          아버지의 편지

옛날에 받은 아버지의 편지
오늘 아침  생각나서
눈시울 적시네

신랑따라
미국으로 훌쩍 떠난 둘째 딸에게
얇은 습자 종이 접은 편지
“소원 성취하였으니
이제 행복하여라”

텅 빈 아버지 심정은 전혀 모른채
좋아라 비행기타고
순식간에 하늘 너머로 사라진
아까운 딸 대신에
바람채운 가슴으로 쓰신 첫 편지

어린 나를 품에 안고
고무줄로 귀에 튕겨 만든 반주로
“피리를 불어 주마, 울지 말아 아가야”
자장가 불러 주셨던
아버지 내음새 묻어 왔던 그 편지

철자 법은 틀려도 사랑 법은 온전한 편지
너무 깊이 두어서 찾을 수 없어
마음의 보물 함에 두었네

평생에 아버지 자랑
아버지 사랑
귀한 아버지 안에서
하늘의 사랑 읽어보네

부모님께 배운 사랑
아이들에게 끼침이 부족한 나
이중으로 부끄러운 아침
눈시울 적시네
            (2003년 8월23일 이인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