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회 | 포토갤러리 | - 게시판담당 : 박화림
글 수 1,334

시간의 얼굴 - 이해인
1
흰 옷 입은 사제처럼
시간은 새벽마다 신의 이름으로 우주를 축성하네.
오래 되어도 처음 본 듯 새로운 시간의 얼굴.
그는 가기도 하지만 오는 것임을 나는 다시 생각해 보네.
오늘도 그 안에 새로이 태어나네.
2
나이 들수록 시간은
두려움의 무게로 다가서지만 이제 그와는 못할 말이 없다.
슬픔도, 기쁨도, 사랑도, 미움도
그에겐 늘 담담한 목소리로 말할 수 있다.
3
내가 원치 않는 필름까지 낱낱이 현상해 두었다가,
어느 날 내게 짓궂게 들이대는 사진사처럼
시간 앞엔 나를 조금도 속일 수 없다.
그 앞엔 참 어쩔 수 없다.
4
어느 날, 시간이 내게 보낸 한 장의 속달 엽서를 읽는다.
'나를 그냥 보내 놓고 후회한다면 그건 네 탓이야, 알았지?
나를 사랑하지 않은 하루는 짠맛 잃은 소금과 같다니까, 알았지?'
5
내가 게으를 때, 시간은 종종 성을 내며 행복의 문을 잠거 버린다.
번번이 용서를 청하는 부끄러운 나와 화해한 뒤,
슬며시 손을 잡아 주는 시간의 흰 손은 따스하고 부드럽다.
6
자목련 꽃봉오리 속에 깊이 숨어 있던 시간들이
내게 사랑의 수화(手話)를 시작한다.
소리 없어도 우리는 긴 말을 할 수 있다.
금방 친해질 수 있다.
7
기도 안에서 항아리에 가득 채워 둔 나의 시간들.
이웃을 위해 조금씩 그 시간을 꺼내 쓰면
어느새 신(神)이 오시어 내가 쓴 것보다 더 많은 분량을 채워 주신다.
8
내가 깨어 있을 때만 시간은 내게 와서 빛나는 소금이 된다.
염전(鹽田)에서 몇 차례의 수련을 끝내고 이제는 환히 웃는 하얀 결정체.
내가 깨어 있을 때만 그는 내게 와서 꼭 필요한 소금이 된다.
9
침묵의 시간이 피워 낸 한 송이의 눈부신 말의 꽃.
신(神)이 축복하신 그 희디흰 꽃잎 위에 오늘의 햇살과 함께
한 마리의 고운 나비를 앉히고 싶다.
10
어느 날, 시(詩)로 태어날 나의 언어들을
시간의 항아리에 깊이 묻어 놓고,
오래오래 기다리며 사는 기쁨.
한 잔의 향기로운 포도주로 시가 익기도 전에
내가 이 세상을 떠난다 해도 시간은 돌보아 줄까.
썩어서야 향기를 풍길지 모르는 나의 조그만 언어들을.
11
한 마리의 자벌레처럼 나는 매일 시간을 재며 걷지만,
시간은 오히려 넉넉한 눈길로 나를 기다릴 줄 아네.
내가 모르는 사이에도 곱게 피었다 지는 한 송이 보랏빛 붓꽃처럼,
자연스럽게 왔다가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조용한 시간이여.
12
시간은 날마다 지혜를 쏟아내는 이야기책.
그러나 책장을 넘겨야만 읽을 수 있지.
살아 있는 동안 읽을 게 너무 많아 나는 행복하다
살아 갈수록 시간에겐 고마운 게 무척 많다.
13
시간이 어둠 속에 나를 깨운다.
잠 속에 딩구는 어제의 꿈을 미련없이 털어내고,
신이 나를 기다리는 아침의 숲으로 가자고 한다.
14
종소리 속에 음악이 되어 실려 오는 수도원의 시간.
제단 위에 촛불로 펄럭이며 나를 부르는 시간.
높게, 넓게 그리고 더 깊이 기도할수록 시간은 거룩하다.
조용히 내게 와서 노래가 된다.
15
죽음이 모든 것을 무(無)로 돌린다 해도
진실히 사랑했던 그 시간만은 영원히 남지.
16
죽지 않고는 사랑을 증거할 수 없던 예수의 시간.
눈물 없이는 이들을 기다릴 수 없던 마리아의 시간.
의심하지 않고는 믿을 수 없던 제자들의 시간.
믿고, 기다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힘들고 아픈 시간.
이 모든 시간들 속에 거듭거듭 태어나고 성장하는 너와 나의 삶.
17
시간이 내게 와서 말을 거네.
슬픔중에도 마음을 비우면 맑은 노래를 부를 수 있다고.
미래는 불확실해도 죽음만은 확실한 것이니 잘 준비하라고....
18
시간을 따라 끝까지 가면, 잘 참고 견디면,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는 예수의 말씀을
좀더 깊이 알아들을 수 있을까.목숨 바친 봉헌의 삶이어도,
아직 자유인이 못 된 나는 때때로 울면서 하늘을 보네.
19
무서운 태풍 속에 나를 질책하던 시간의 목소리.
그 부드러움과 여유는 다 어디로 갔을까?
물난리에 휩쓸려 간 내 이웃들이 목쉰 소리로 나를 부르는 밤.
나는 어찌할 바를 몰라 흰 벽위의 십자가만 바라보며 잠 못 이루네.
20
사랑하는 이의 무덤위에,
시들지 않는 슬픔 한 송이 꽃으로 피워 놓고 산에서 내려오는 길.
사랑으로 피흘리며 행복했던 우리의 지난 시간들이 노을 속에 타고 있네.
죽음이 끝이 아님을 믿고 또 믿으며 젖은 마음으로 내려오는 길.
'그래도 열심히 살아야 해. 기쁘게 살야야 해'라고
어느새 내 곁에 와서 신음하듯 뇌며 부축하는 오늘의 시간이여.
2006.11.03 10:38:00 (*.209.184.182)
많은 것을 생각하게하는 시로구나.
정말 시간을 잘써야하는데
어제오늘 홈피 들락대느라 일이 밀린다. 하하 즐거운 비명
정말 시간을 잘써야하는데
어제오늘 홈피 들락대느라 일이 밀린다. 하하 즐거운 비명
2006.11.03 11:18:27 (*.21.5.43)
요즈음의 나는 시간을 부질없이 흘려보내고 있는 것 같다.
괜히 초조하기도 하고...
그러나 시간은 넉넉하게 나를 기다리네.
희자~
좋은 글 감사 해. (:l)
괜히 초조하기도 하고...
그러나 시간은 넉넉하게 나를 기다리네.
희자~
좋은 글 감사 해. (:l)
2006.11.03 11:41:39 (*.75.110.219)
11월에 내사랑아~~
저무는 황혼녘엔
그대가 더욱 그리워 집니다.
시간은 낙엽 떨구고
바람은 낙엽 날리더니
어느덧 초 겨울 이네요.
오늘 그대가 그리워 뒤 뚝에 나아가
호젓한 긴뚝에 홀로서서
흐르는 시냇물 하염없이 바라보다
어스름이 나무자락도 삼켜버린 냇가를 건너봅니다
얼굴만큼 쑥올라온 갈대 억새풀 헤치고
내를건너
맞은편 뚝에 주저 앉습니다
긴 롱 스커트 비집고
그대가 예쁘다던 내 흰다리를
콕콕 찌르는 이름모를 풀씨를 떼어내며
그대 생각에 코끝이 시큰 합니다
외로워 외로워 하 외로워 ~
아무도 모를
이 세상의 외롬이 내안에
마치도 마른풀잎 끝처럼 가슴을 찌릅니다
겨울은 자꾸자꾸 깊어만 가고
당장이라도 그대에게 닿고 싶은 내 마음은
저 시냇물처럼 무심히 흐르고..........
나 이제 시냇물 떠나버린 그 자리에
뎅그마니 홀로 앉아
애궂은 억새풀만 잡아 뜯는답니다
이제 이밤 지나고
이 해 마져 지나면,
그대 더욱더 멀어져만 가겠지요
그대 앉았던 내 마음에 자리는
아직도 이렇게 식지 않고 따듯한데.........
저무는 황혼녘엔
그대가 더욱 그리워 집니다.
시간은 낙엽 떨구고
바람은 낙엽 날리더니
어느덧 초 겨울 이네요.
오늘 그대가 그리워 뒤 뚝에 나아가
호젓한 긴뚝에 홀로서서
흐르는 시냇물 하염없이 바라보다
어스름이 나무자락도 삼켜버린 냇가를 건너봅니다
얼굴만큼 쑥올라온 갈대 억새풀 헤치고
내를건너
맞은편 뚝에 주저 앉습니다
긴 롱 스커트 비집고
그대가 예쁘다던 내 흰다리를
콕콕 찌르는 이름모를 풀씨를 떼어내며
그대 생각에 코끝이 시큰 합니다
외로워 외로워 하 외로워 ~
아무도 모를
이 세상의 외롬이 내안에
마치도 마른풀잎 끝처럼 가슴을 찌릅니다
겨울은 자꾸자꾸 깊어만 가고
당장이라도 그대에게 닿고 싶은 내 마음은
저 시냇물처럼 무심히 흐르고..........
나 이제 시냇물 떠나버린 그 자리에
뎅그마니 홀로 앉아
애궂은 억새풀만 잡아 뜯는답니다
이제 이밤 지나고
이 해 마져 지나면,
그대 더욱더 멀어져만 가겠지요
그대 앉았던 내 마음에 자리는
아직도 이렇게 식지 않고 따듯한데.........
이제 한 해도 마무리해야 할 때가 오고 있네,
가는 세월을 잡을 수는 없지만, 후회없이 아름답게 살자.
정례는 보고싶었던 딸 만나러 내일은 춤추며 떠나겠네
너무 사랑해서 마음 조렸던 시간을 뒤로 하고...
정례야! 마음껏 울어라~
그래야 또 긴시간을 기다릴 힘이 생기지,
잘다녀와,한샘이도 많이 안아주고....(:l)(:f)(:g)(:y)
한샘이와 사위에게 멋있었다고 전해줘(:y)(:y)(: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