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18일) 짐을 풀고 피곤함도 잊고 ,이제 마악 시작하는 여행에 들떠 있는 우리는

멕시칸 식당으로 초대 받았지.

처음 가보는 멕시칸 식당은 불빛은 어둑어둑 했지만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어.

신혼부부인 명순이 둘째 아들 부부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지.

멕시코 음식은 우리 입에도 착착 붙었고 커다란 컵에 가져온 달콤한 쥬스(?)를

마음껏 마셔댔는데 ,알고보니 술과 망고를 갈아 만든 그 뭐라더라 

(엄청 비싸다던데)때문에

다들 얼큰해져 기분은 LA 밤하늘을 찌르고 2차로 노래방에 가서

우리들 만남의 기쁨을 마음껏 풀어냈지.

아릿다운 명순이의 둘째 며느리와 아들 폴의 효성이 감동이었어.

 

  이튿날 아침,

늦으막하게 일어난 우리들은 곱게 단장하고 호텔식당으로 내려갔지.

해장국, 설렁탕,김치찌게를 입맛대로 시키고

전날 한 방에 모여 새벽까지 마셔댄(나하고 또 누구누구였더라?) 속을 다스렀어.

설렁탕이 그렇게 진국일 수가 없고 전초현이 시킨 김치찌게도 끝내주고

이미자가 먹은 우거지 해장국도 맛이 기차더라.

따뜻한 아침을 사준 조갑수, 정말 잘 먹었어.

 

 
 아침을 자알 먹고 유니버살 스튜디오를 섭렵한 후

LA 코리아 타운에 있는 중국 음식점으로 갔지.

전채를 시작으로 닭고기, 해물, 새우요리 등 끝없이 나오는 음식을

테이불마다 이야기 꽃을 피우며 시끌벅적 먹어댔어.

이제 더이상,먹으면 인간이 아니다 할 때 쯤 두가지 요리가 더 나오더라.

한인향,허정렬,이인숙,유경분,밥값 많이 나왔지? 

 

저녁을 잘 먹었다고 아침 굶으랴?

호텔 한식당에서 이번엔 우거지 해장국을 먹었어.

다 먹을 때까지 뜨끈뜨끈한 해장국에 힘이 솟더라.

한국 본토 한식당들은 다 문을 닫아야 해.

필라델피아에서  잘키운 남매를 데리고 온 김영옥,

구수한 해장국 맛이 생각날 때마다 너를 잊지 못할꺼야.

 

"콜로라도의 달밝은 밤은..."

콜로라도 강가를 거닐며 꿈같은 이 노래를 불렀어.

무슨 무슨 캐년을 보고 라스베가스를 거쳐 다시 LA로 왔지.

한 눈에도 LA에서 가장 크고 유명한 음식점인 줄 알겠더라.

감자탕을 안주로 미국 땅에서 마셔본 소주 맛이란...

돌솥밥과 함께 나온 설렁탕도 맛있고 깍두기도 제맛이더라.

박정양,박명숙, 소주값이 장난이 아니었지?

 

  다음날, 쿠루즈를 떠나는 아침,

나는 얼바인에 있는 손녀딸을 보러 갔고, 

조경배가 아침밥을 사줬다는데 무얼 먹었니?

LA 공항에서 경배를 처음보고 내가 한 말

"여고생 일 때 예쁜 것들은 지금도 예쁘네"

예쁜 경배가 사준 밥이라 더 맛이 있었겠지.

 

 
 쿠루즈 여행을 마치고 지연숙이네 집으로 갔다면서?

쿠루즈는 원래 먹는 여행이라서 배 안에서 먹기만 했을 텐데

연숙이네 마당에서 베풀어진 바베큐 파티에서

생전 못먹어 본 것처럼 고기를 엄청 먹어댔다더라.

지연숙, 준비하느라 얼마나 고생했니?

그래도 친구들이 맛있게 먹어서 좋아했겠지.



 

  손녀딸과 헤어지고,

얼바인에 있는 배명희 집에 다른 친구들보다 먼저 도착했지.

깔끔하게 꾸며진 명희집은 아름답더라.

센스있는 배명희,연숙이네서 고기를 먹었을테니 해물로 음식을 준비했대.

새우구이,연어요리,온갖 해물과 치즈를 넣어 찐 단호박 찜.

생전 처음 먹어보는 요리들이었어.

와인과 맥주로 건배를 하며, 더 할 수없이 즐거운 시간을 보냈지.

경분이의 섹스폰 연주는 분위기를 더 돋구어 주었고..

언제 다시 너희 집에 가서 그 음식을 먹을 수 있을까?



 

  저녁 9시도 넘은 시간,

지연숙네 집으로 가는가 했더니,한귀동남편이  우리가 오기를 기다리신다고

그 밤에 차를 돌려 밤11시에 귀동이네 집에 갔다오.

귀동이네 집은 어찌나 넓은 지 입이 딱 벌어지데.

그 집에 어울리게 엄청큰 노래방 기계가 있어 노래부르고 맥주 마시고 놀다가

연숙이네  도착하니 새벽 1시가 넘고 말았지.

한 밤의 깜짝 파티, 어떻게 잊을 수 있겠니 귀동아.


 

  전날 한 밤중에 운전하느라 지쳤을 텐데도,

연숙이는 씩씩하게 다시 우리들을 태우고 팜스프링으로 갔지.

그런데, 그런데 말이야....

아울렛 매장에서 점심을 먹을 때....

우리끼리 사서 먹고 지연숙,한귀동,김순옥을 전혀 챙기지 않았다는거 아니냐.

우째 이런 일이.....

우리를 이해해줘. 넓은 미국 땅에서 우리는 조금씩 얼이 빠져있었어.

문화충격이라는 것이 왜 없었겠니?  어쨋든 참 부끄럽다.



 

  돌아오는 길에,

한식 부페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어.

우와!이렇게 많은 음식이 차려져있는 뷔페는 처음이야.

우선 LA 갈비부터 구워 먹고, 삼겹살 굽고, 곱창까지 굽고...

호박죽과 팥죽으로 입가심을 할 때까지 얼마나 먹어댔는지.

한귀동,김순옥, 염치없이 잘 먹었어. 설마 너희들 점심을 굶은건 아니겠지?

 

  다시 지연숙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황연숙네를 갔어.

황연숙네는 마당에 수영장까지 있는 저택이야.

두 딸은 연숙이를 닮아 빼어난 미인이더라.

그 집에서 피아노를 치며 여고시절 불렀던 노래를 부르며 추억 속에 잠겼었지.

연숙아 네가 준 러브레터 고이 간직하고 있을꺼야.



 

  지연숙네 집에서 잠을 이틀이나 잤단다.

3층집에 화장실이 4~5개나 있고 방이 몇개인지 셀수도 없어.

호텔에서 지낸 것보다 얼마나 재미있고 좋은 경험이었는지...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지연숙네서 지낸 이틀밤일꺼야.

 

  이제 모든 여행이 끝나고 공항으로 가야하는 시간,

6시에 일어났더니, 일층 넓은 부엌에서 연숙이가 아침을 준비하고 있더라,

구운 베이컨,삶은 달걀, 떡, 컵라면,김치, 체리 불루베리가 한상 차려져 있었고

이른 아침인데도 우리들은 질세라 열심히 먹어댔지.

연숙아, 네가 차려준 아침을 마지막으로 먹고 우리는 돌아왔어.

 

  우리가 넘치게 받은 이 사랑과 우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너희들이 사 주고 지어 준 밥은 그냥 밥이 아니었지.

고국에 대한 향수, 친구들에 대한 그리움,

그런 것들을 담뿍 담아 우리들에게 주었고,

우리들은 그저 넘치고 넘치게 행복하게 받았어.

너희들이 만들어 준 이 소중한 추억을 되새기며 살아가겠지.

더구나  너희들이 미국이라는 땅에서 성공해서 잘사는 모습을 보여줘서

너무 고맙고 자랑스럽다.

역시 인일의 딸들이야.

사랑하는 친구들아,

우리에게도 너희들에게 줄 사랑이 넘치게 있다는 걸 보여 줄 기회를 

만들어 주기 바란다.

 

자랑스럽고 소중한 내 친구들, 부디 건강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