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건너가는 나룻목에

뒤처진 한줄기 바람이

싹눈 부푼 꽃나무를 에우고

면도날 세운 추위로 위협한다.

손 발 오그라드는 강추위도

어떻게 견디어 살아 남았는데

포기할 수 없는 끈기로 버티고 서서

온기 도는 굴뚝에 이마를 대고

가지빛 입술로 봄을 부르는

누군가의 잇몸 부딪치는 소리 들린다.


언제 잎이 피기를 기다리랴

가쁜 숨 몰아쉬며 임종 전

지상에 떨구는 마지막 말 몇 마디

유언처럼 터지는 꽃몽오리

한 대의 진통제로 고통을 잊듯

침울한 겨울빛의 탈출과

눈 번쩍 떠지는 봄꽃의 만개

이제 곧 살어름은 녹아 개울물로 흐르고

순리 앞에 무릎꿇는 오만의 부질없음을

등 떠밀리는 꽃샘바람은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