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회 - 게시판담당 : 김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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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17일 단풍이 보고 싶다는 이유보다는 며칠동안 찾아온 나의 자유를 그냥 보내기엔 세월이 아까워서였다 터미날에서 아침6시 30분에 출발하는 속초행 버스를 타고 가는동안 인천의 좋은 날씨는 어디가고 검은 구름이 끼면서 한두 방울 비가뿌린다 4시간후 속초에 도착한 날씨는 설악동으로 가는 시내버스를 타고 가는동안 장대비로 변하여 쏟아지는데 준비해간 비닐비옷을 뒤집어쓰며 마음속으로 갈등하였다 어찌할까? 그러나 산에서 비를 만난것도 처음이 아니고 태풍이 오는것도 아닌데 마음을 다잡으며 차에서 내린다 단풍을 보러온 많은 관광객은 퍼붓는 비를 피하려고 차 속으로 뛰어들어온다 바쁜일이 없는 나는 천천히 우중에도 카메라를 꺼내들고 수없이 보아온, 같은 풍경이지만 찍고 또 찍고 발거름을 옮긴다 1시간후 비선대에, 그후 또 2시간후에 양폭산장에, 그후 1시간반 후에 희운각산장에 도착한다 잦아들기는 하였지만 계속 비는 내리고 희운각에 머무를까도 생각했지만 갓3시를 넘긴 시간이니 혼자서 나머지 시간을 무엇으로 때우나 싶어 이 천불동 계곡에서 가장 힘든 코스인 소청을 오른다 전에도 경험 했었지만 이 구간을 오를때마다 이번이 마지막 고개던가, 오르고나면 더 험악한고개가 버티고 있고 그러기를 여러번 해야 소청봉이라는 곳에 도달한다 하늘아래 뭐라더라 ? 우리네 인생도 오르막 내리막을 거치면서 살아간다지만 무엇인가 열중하며 살아간다면 같은 시간이라도 즐거움도 보람도 생기지않을까 이구간중 비는 진눈개비로 바뀌어 모자도 없이 선캡만 쓴 나는 귀가 시려워 비닐로된 우의나마 머리까지 뒤집어쓰며 바람을 막아본다 간간히 나를 앞질러가는 젊은 등산객들의 뚜벅뚜벅 걷는 힘찬 발거름을 부러워하며 전반적인 등산인구를 바라본다 요즈음 젊은 층은 힘든일을 기피하니 흔지않고 노인들은 가고파도 힘이 없어 어려워하고 대부분이 중년층의 남녀가 주류이다 나는 어느듯이 지는해쪽에 가까워지는것을 알고 있기에 어느층으로 보여질까? 산에서 나는 무의식속에 모자와 선그라스로 외모과 나이를 감추려한다 어렵게 도착한 소청봉에서는 봉정암쪽으로 15분을 계속 내려가야만 원래 계획했던 대피소가 나온다 4시 40분에 오히려 다른때보다 더 빨리 도착되어 궂은날에도 불구하고 전국 여기저기서 모여든 등산객들이 복잡하였다 혼자라서 어려운 가운데도 방을 배정받는다 다음날 새벽 별들이 쏟아지듯 반짝거리며, 북두칠성이 선명하게 자리잡고 뽑내고 있는데 4시부터 바스락거리며 준비하였다 아직도 깜깜한 길을 ,전날 내려온 구간을 다시 오르면서 땀을 흘린다 중청봉에 도착한후 날이 밝아지는 중에 나는 대피소안에 들어가 잠시 쉬면서 물마시고 에너지공급하며 커피까지 먹는 여유를 갖는다 전날의 날씨는 간곳없고 대청봉의 일출보기가 쉬운일은 아니라는데....일출보는 행운이 나에게는 있는가보다 주변은 전날 내린눈으로 곳곳이 눈밭이지만 바람한점 없고 추위까지 날아가버렸다일출을 기다리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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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고 내라는 복잡한 가운데 하산을 시작한다 끝없는 내리막을 1시간 2시간 3시간은 계속 가파른길과 경사진 계단길을 내려가야지만 등산은 끝이나는데, 중간쯤부터 다리는 무거워지고 배도 고프고 목도 마르다 날씨가 좋으니 아무 장소에서든 배낭속의 먹거리를 꺼내먹으면 된다지만 먹는것만큼은 혼자 먹기가 싫어진다 오색으로 내려온 시간을 보니 아침10시반~ 전날 맞은비에 머리는 쑤세미이고 바지는 흙투성이며 세수도 못한 꼴사나운 모양새라도 내딴에는 가슴속에 만족함이 채워진다 이렇게 올해의 가을 단풍등산은 끝이라할까 ? 아니지.......
네 아름다운 고독을 나도 옆에서 누린것 같은 숙연한 무거움이 눈앞에 펼쳐져 보이는 설악의 잿빛 산야에 영상처럼 깃들여 진다.
혼자서 그 험한 산을 타고 오르는 네 모습이 그저 가슴이 뭉클하게 뭐라 꼬집을 수 없는 대화로 내게 가까이 오는구나.
날씨도 그리 궂은데 굳이 돌아서지 못하는 네 발걸음, 너의 그토록 애잔하리만큼 산을 향한 이끌림!,
참으로 감동스럽고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난 지금 네가 여기 올려준 사진에 보이는 산보다 더 깊은 산을 오르고 난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