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커피




날마다
빈 찻잔에
시간을 채워
작은 소망을 마신다

쓸개를 씹듯
패배와 고난을 삼킬 때도
고추씨 만한 불씨로
가슴을 태우던 기다림

애증의 무성하던 잎사귀
모두 떨어져 버리고
후회의 그루터기만 남은 뜨락에
씁쓸하고 감미로운  향기로 감도는
한모금의 위로가
커피잔의 무게로 다가온다.

사랑은 자유를 존중하는것
떠나 보냄에 익숙해져
일분 간의 해후에도 초연하여
제법 의연한 얼굴로 맞는 새 아침

오랜 여행 끝에
지친 몸을 이끌고 돌아온 고향
포플러 초록비 내리는
긴 신작로를 걸어와

친구여
삶의 때 절은 기억의 잔에
구수하게 익어갈
우리들 이야기를 채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