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앗긴 것이 땅뿐이랴



빼앗긴 땅에 지은 농사는

또다시 빼앗기고

쌀독은 언제나 비어 있었지



쑥과 냉이 지천이어도

뱃구레는 벼랑만큼 아득하고

골짜기보다 깊어



흰 쌀밥에 고기 반찬

원 없이 준다기에

따라 나선 길



전쟁이 원수 같음도

열세 살 철없는 나이에

무엇을 알았으랴



고향 오솔길과 싸리 대문

채송화꽃 피기도 전에

짓밟힌 새순이여



*오인숙*

*grand cay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