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비오는 날의 일기

4.오인숙

가랑비 오락가락 하는 날
면사포 쓴 산이
바위 끌어안고 울다 웃다
맥없이 하루가 가네
히스테리 부리는 날씨
마늘밭에 마늘 다 썩어가고
쭉정이 콩꼬투리
애매히 누굴 탓하랴
희나리 연기 자욱한 아궁이 속
불씨 살려 활활 태우고 나면
한결 한갓질 것을
애면글면 발버둥쳐도
남는 것도 없어라
기상예보는 흐리고 비
해 뜨지 않는 날에도
내 마음에 뜨는 해
내가 웃으니 산도 웃고
내가 우니 산도 우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