볕 좋은 날

긴 장마 끝
볕 좋은 날
이불 널어 말리듯
눅눅한 생각들 꺼내
빨랫줄에 건다

한 발 늦어
놓친 기회들
한 발 앞서
망친 일들
물에 젖은 휴지 되었는데

끈끈이에 붙은 파리인양
추하게 남은 미련
이젠 정말 잊어야지
손해 본 것 보다
감사할 이유를 헤아려야지

온종일 볕에 마른
뽀송뽀송한 속옷
갈아입고
흙탕물 흐르는 개울 건너
들깨 여무는 밭으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