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온 이명순과 성정원이 어제 태안의 우리집을 내방했다. 명순이는 아들 결혼식을 1주일 앞두고 마음이 분주 했을텐데

시간을 내어 먼 곳까지 와준 것이 고맙고 반갑기 그지 없었다.

진달래, 개나리, 살구꽃이 흐드러지게 피고 날씨는 화창했다. 바다로 가는 차 안에서 누구랄 것도 없이 노래하기 시작했다.

메기의 추억, 오빠 생각, 등대지기, 그네, 얼굴, 선구자, 안개 등 옛날을 떠올리며 생각나는대로 노래했다. 어우러져 들리는

화음이 종달새 노래보다 아름답게 들렸다.

드디어 바다에 도착했다. 하얀 거품을 물고 달려와 해변에 스러지는 파도 소리에 화답하듯 더 큰 목소리로 노래했다.

아! 얼마 만에 불러보는 추억의 노래인가

가수 아들(팀)을 둔 명순의 매력적인 음색, 합창단에서 활동하던 정원의 고운 목소리에 나도 함께 목청껏 노래하며 동심으로

돌아간 아름다운 봄날이었다. 학암포를 둘러본 후 신두리 해변의 이국적 목조 건물 2층에서 맛있는 식사 후 따끈한 커피를

마셨다. 물결치는 바다가 한 눈에 들어오는 레스토랑에서 많은 대화를 나눴다. 어느새 바다는 금빛가루를 뿌린 듯 조금씩

반짝거리기 시작했지만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곧 일몰이 시작될 모양이었다.

"한낮이 지나면 밤이 오듯이----" 귀가를 서두르는 차 안에서도 우리의 노래는 그칠줄 몰랐다.

"oh! happy day" 가 저절로 흘러나오는 행복한 하루를 보낼 수 있음에 감사했다.

체면치레나 가식 없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 동심으로 돌아가서 이렇게 마음껏 웃을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될까

엔돌핀 팍팍 솟게 해준 친구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밀물처럼 가득 차올랐다. "이슬비"를 가수보다 더 풍부한 감성을 실어

부르던 또 한 사람의 친구도 고마운 사람으로 기억케 될 것이다. 흑기사 역활을 확실하게 감당해 주어 우리 모두 마음 놓고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으니 어찌 고맙지 아니한가

행복한 하루를 공유하고 모두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지만 친구들과 보낸 아름다운 봄날의 추억은 생각날 때마다

나를 미소짓게 만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