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굶은 시어머니 모습같이
잿빛으로 음산했던 하늘이
저녁 나절엔 찬비를 뿌리며
겨울이 성큼 우리 앞으로 다가 오는것 같았지....

단아한 모습에 바바리 단정히 걸친 한 백발의 할머니가
우리 가게 안으로 들어왔어.

"엄마를 그대로 닮았네~~"
실은 아버지 모습을 더 많이 닮은  나에게 그래도 엄마의 모습을 읽을수 있었나보다.

엄마 안부 물으시며 이웃의 부탁으로
심부름 오셨는데
그때 굵어진 빗방울 때문에
잠깐 머무르시며 이야기 좀 나누게 되었다.

전에 송림성당 성가대 단장을 임기를 여러번 넘기어도 맡을사람이 없어
오래 하셨다는 이야기~~~

처녀 때 부터 적십자 봉사를 지금까지 이어오시며 하신다며
요즘은 수녀님이 경영하는 무료 급식소에 나가셔서 일주일에 두번 허드렛일 도와 주신다는 이야기~~

우리 아버지 엄마 안부 등등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누다

"지금은 어디 살고계세요"

까지 이야기가 진전 되었는데
놀랍게도 나와 같은 아파트에 사시는게 아닌가!~~

우리 단지 멘 뒷동에 사신다니 얼마나 반갑던지~~~

"식구는 몇이세요"

"넷이야~~"

놀라워라 !우리 아파트에서 가장 좁은 평수에 4명씩이나?......
그럼 저 연세에 출가 안한 자녀 분이나 손주들 기르시며?~~~
잠시 동안  상상의 나래를 피며 조금 복잡해 졌다.
으아해 하는 표정을 읽으셨는지
잔잔한 미소를 머금고 하시는 말씀이

"으응~~~ 우리식구는 예수님 성모님 그리고 나의 수호천사 그리고 나 모두 합해서 넷이야~~~"

"우리 아저씨는 14년전 천당가시구......."

띠용 !@#$%^&*~~~~~~~
내머리의 한계를 느끼는 순간이였다.

어쩐지 차림새 부터 보통 노인네완 다르게 보이시더니
삶의 모습도
행동에서 생각에서
정말 남다르신 노인분을 만나고  충격의 여파가 좀 길게 남았다.

정말 잘 늙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나는 과연 저럽게 곱게 늙을수  있을까?

비가 잠시 그친 후 종종 걸음으로 갈 길을 바삐 챙기시던
그 노인 어른의 뒷모습은
참 아름다웠다.
그리고 그 분이 머문 자리에선 삶의 고결한 향내가
아직 까지 남아  있는듯 하다.

오늘 아침 나의 삶의 화두는
어떻게 잘 늙어 갈수 있을까?~~~ 생각하며
법정 스님 글 모음에서 하나 뽑아 여기 옮겨본다.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도움이 되면 좋을듯 싶어서.......


친구여!!
나이가 들면
설치지 말고 미운소리,우는소리,
헐뜯는 소리
그리고 군 소리,불평일랑 하지를 마소.
알고도 모르는 척,
모르면서도 적당히 아는척,어수룩 하소
그렇게 사는것이 평안하다오.


친구여!!
상대방을 꼭 이기려고 하지마소.
적당히 져 주구려
한걸음 물러서서 양보하는것
그것이 지혜롭게 살아가는 비결이라오.


친구여!!
돈,돈 욕심을 버리시구려.
아무리 많은 돈을 가졌다해도
죽으면 가져갈 수 없는것
많은 돈 남겨 자식들 싸움하게 만들지 말고
살아있는 동안 많이 뿌려서
산더미 같은 덕을 쌓으시구려.


친구여!!
그렇지만 그것은 겉 이야기.
정말로 돈은 놓치지 말고 죽을때까지
꼭 잡아야 하오.
옛 친구를 만나거든 술 한 잔 사주고
불쌍한 사람 보면 베풀어주고
손주 보면 용돈 한푼 줄 돈 있어야
늙으막에 내 몸 돌봐주고 모두가 받들어 준다오.
우리끼리 말이지만 이것은 사실이라오.

옛날 일들일랑 모두 다 잊고
잘난체 자랑일랑 하지를 마오
우리들의 시대는 다 지나가고 있으니
아무리 버티려고 애를 써봐도
가는 세월은 잡을 수가 없으니
그대는 뜨는 해 나는 지는 해
그런 마음으로 지내시구려.

나의 자녀,나의 손자,그리고 이웃 누구에게든지
좋게 뵈는 마음씨 좋은 이로 살으시구려
멍청하면 안되오.
아프면 안되오.
그러면 괄시를 한다오.


아무쪼록 오래 오래 살으시구려~~~~~



*윗 사진은 올 봄 길상사에서 친구들과 함께하며 찍은 사진인데
표정이 너무 맘에 들어서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