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말이 많으면
말문이 막혀 버리는 경우가 바로 지금의 내 경우일 것이다.

벌써 두달 하구두 20일이나 집 떠나
나그네 생활한 그 숱한 날 중에 이런저런 새로운 경험과 예기치 못했던 사건들이
오죽이나 많았을까 마는
모두가 꿈속을 헤메고 난듯
가물가물 기억 저편 언저리에서 맴돌며
그저 행복하구 황송했던 마음만 가슴에 가득할뿐......

까미노 시작전에 겁부터 먹고
과연 내가 무사히 해낼수 있을까?
영희와 재선이에게 짐이나 되어 못할일 시키는것은 아닐까?
나의 기도는 일년전 부터 설레임과 걱정으로 시작되었고
떠나기 한달전부턴 갑자기 스치는 생각에
더불어 함께하는 순례여행길에
영희도 재선이도 함께 무탈하고 건강해야만 될것같아
기도의 폭이 넓어지게 되었다.

애초부터 그렇게 하리라 맘먹은 것은 아닌데
난 어느새 한갑자 지낸 1살박이 어린애로 변해 있었다.
든든한 영희가 버팀목이 되어 모든 안내와 이끌음으로 아버지 역활이 맡겨지고
함께하는 여행경비를 맡은 재정부장 재선이는 어느새 엄마 역활을 하게되고
난 몸집이 작다는 이유 하나로
모든것에서 해방되는 행운속에
그저 한살 어린애처럼 믿고 의지하고 따르면 모든일이 해결되었다.

어린애들이 그러하듯
때론 투정도 좀 부려보고 심통도 부리면서 반항도 해보고.....
그래도 마음 착하고 너그러운 친구들이 나의 모든 행동을 응석으로 받아주고 감싸주어
무사히 까미노 마치게 됨은
모두가 친구들의 가없는 사랑 덕분이라!
이 은혜 어찌 감사하지 않으리오!!

또한 여행 막바지에 만난
혜경이와 후배 신옥이~~~
수많은 천사를 거리에서 만났건만
그토록 아름다운 마음의 소유자를 나는 대천사라고 부르고 싶다.


근 40년만에 옛우정이 그리워서인지
어느날 우연히 연락이 온 혜경이에게
그리 큰 빗을 지게 될줄이야.....
잠자리 섬세하게 보살피며
우리의 안락을 최대한도로 신경써준 그 고마움~~

철철히 먹을것 준비해온 그 성의는 뒤로하구
언니들 마음 헤아려 배려해 주는 그 고운 마음과
환갑상까지 재치있게 차려준 지혜로움~~

그저 고마움에 머리 숙여지고
감사하단 말 하나론 감히 그 은혜의 보답엔 누가 될것같고.....
보이지 않는 그분께서 꼭 갚아주시리라 !

특공대의 유격 훈련같은 강행군의 일정속에
섭씨 40도 넘는 안달루시아 지방의 폭염도 잘 견디며 따라준 혜경이와 신옥이
헤어지며 하는 말

"살아서 돌아가게 되었다"

이 한마디가 우리의 여행일정을 대변해준
함축된 단어들이다.
살아서 돌아가 각자 잘들 지내니 이 또한 은혜로운 축복이 아닌가!

난 지금 아직까지 본에서
종심이가 짜논 스케쥴에 맞춰 시간을 아끼며 보내는 중~~
내 일정에 맞춰 한꺼번에 몰아쳐 일하며 얻은 내일부터 5일간의 귀한 휴가
그 어떤 친구가 이리 배려 줄수 있을것인가!.....

"난 네가 한국에서 누리지 못하는 것은 다 누리게 해주고 싶어"

지금 그 말한마디 한마디 곱씹으며
마음으론 고마움의 눈물이 홍수를 이룬다.

내일은 기차타고 성지순례
모래는 종심이 간호학교 동기인 언니와 형부와의 여행
4일은 벨기에 반뇌성모성지 순례
5일은 독일친구 밀리와의 만남과 모젤강 관광
또 그후엔 등산과 박람회 관람

일정을 마치면 8일엔 드디에 가족의 품으로 안기게 되는데
나의 긴 여행기간 동안 염려와 기도로
또한 여러가지 도움으로 후원해준 인일 동문들이 베풀어준 은혜~~

이 모든일들이
보이지 않는 어떤 분이 예비하신 것일진데...
그 충만된 은혜의 강물에 푹 빠져
누리는 이 호사가 정녕 꿈은 아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