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전화 통화 중인데
또 걸려온 전화!
지금 통화중이니 나중에 다시 전화해 달라며
끊고 생각하니 아주 미안한감이 들었는데
다름아닌 몇 십년만에 들어본 혜경이의 목소리를 확인하고도
연락할 전화번호도 묻지 않고 끊어 버렸으니......

몇십년 만인가!
대학 다닐때 성당 동아리 모임에서 친숙하게 지내다
내가 먼저 결혼해 버려 거의 소식이 단절되었었는데
내가 대구 살때 아마 혜경인 결혼했으리라

이대 음대에서 피아노 전공하여
내 결혼식에 피아노 삼중주 연주에 동참하여 축하해 준 친군데
소식으로 의사와 결혼하여 미국에 산다고 듣긴하였지만.......

목소리 듣고 반갑기도하고 놀랍기도하고
한편 통화중이였기 때문에 경황도 갈피 못잡고
끊어 버린 전화에 몇일이 지나도 후속 전화는 없었다.

그저께
바쁜 틈을 내어 나를 보러 오겠다는 혜경이 전화에
내심 안심하고
몇십년 만에 만난 혜경인 화장기 하나없이 수수한 모습으로 나타났는데
목에 걸린 커다란 목걸이 장식과 육중한 카메라가 눈에 확 들어왔을뿐 별 변한모습은 없었다.
대학 다닐때 양장점에서 끔찍히 옷도 잘 맞춰 입더만
바지 차림에 긴점퍼 걸치고 아주 편안한 옷차림이 조금 나를 놀라게 했다.

모처럼 고국나들이 ~
그것도 몇십년만에 만나는 친구앞에
그럴듯하게 성장하고
나타나련만.......

나름대로 이유가 잇었음을 나중에 알았으니
어찌 피아니스트 혜경이가
디지털 아티스트로 변할줄 알았으리오!~~~

아들딸 합해서 셋을 둔 혜경인 컴퓨터 하는 자녀 곁에서 눈 으로 대충익혀가며
흥미를 느끼기 시작하여
사회 교육 프로그램에 등록하여 배우기 시작하다보니 학구열이 발동하여
전공까지 하게 되어
테네시주 방송국에 컴퓨터 그라픽 디자이너로 일하게 되어 직장생활을 하게 되었다네!
일하다 보니 사진과 접할기회가 많아 사진공부를 또 시작하는데
요즘은 아마 전문대학과정에 다니는 모양이다.

다시 공부에 도전하다보니
시간상 제약이 생기게 되어 방송국일은 파트타임으로 하는 프리렌서로 일하며
오전엔 학교로
낮엔 잠깐 방송국일로
오후엔 피아노 렛슨으로
종횡무진 하루를 보내는 모양이더라구~~

잠깐 쨤내서 한국에 온 것은 연로한 부모님 뵙고
사진 작품 할 것 촬영차 인것 인 모양인데
덕분에 혜경이 데리고 송현동 골목부터 만석동 까지 골목 골목 누비며
안내를 하게 되었다.
사라져 가는 우리것들에 대해 촬영하고 싶다는 혜경이 부탁에.....
다 찌끄러져 가는 골목의 5,60년대 한옥~~
장터의 아낙네들~~
화수동 쪽으로 가다보니 옛날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데가 더러 더러 있더군
쪼달렸던 가난한 시절이 그대로여서
마음이 좀 울적해 지기도 하면서
정감이 가기도 하던데....

아마 오늘 혜경인 미국으로 떠날꺼야~~
엘에이에서 동창들만나 회포도 풀고 환갑잔치 상도 받게 되겠지....

워낙 바쁘게 열심히 사는 혜경에게
넌 생활도 넉넉한데 왜그리 바쁘고 힘들게 사니?하는 나의 질문에
"심심하쟎아~~~"
이말 한마디가 내 뇌리에 깊이 깊이 박혀 놀라움을 넘어 쑈크로아직도 남아있다.

정말 우리는
어디서 무엇이 되서 다시 만나는지?
헤경이를 만난 후
철학적인 질문을 다시금 해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