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토요일 맞지? '
'응, 틀림없는 토요일 맞아. '
이른 아침, 잠을 깨면서 나는 스스로 이렇게 자문자답을 했어.
그리고 내가 해야할 오늘의 중요한 두 가지의 일들을 설레는 마음으로 점검했어.
토요일인 오늘은 큰딸맹이가 쉬는 날, 손주녀석 안봐줘도 되는 날,
나는 겨드랑이에서 날개라도 돋아나는 듯이
가볍고 즐거운 기분으로 친구들과의 즐거운 만남이 기다리고 있는
오늘 하루를 서둘러 시작했어.

부리나케 식구들 아침식사를 챙겨주고
옆지기에게 오늘은 밤 11시쯤에나 집에 돌아올 테니 그리 아시라고
한 번 더 다짐을 받아두고
그리고 평소에는 잘 하지 않는 화장을 하느라 요란을 떨고
오전 10시 반이 좀 넘은 시각에 집을 나섰어.

마침 주안역에 용산가는 1호선 급행이 들어오는 거였어.
나는 내가 마지막 계단을 내려서는 순간 플렛홈으로 들어오는 급행열차를 보며
행운의 여신이 오늘 나와 함께 함을 감사히 여겼어.
12시 전에 목적지에 도착하려면 좀 늦었다 싶었거든.
열차 안에서 지하철 노선도를 살피던 나는 종각에서 3호선으로 갈아타야만
원하는 목적지에 갈 수 있음을 알았어. 그런데 내가 탄 열차는 용산이 종착역....
나는 속으로 용산에서 내려 택시를 타고 남산까지 가는 것이 좋을지,
아니면 다시 1호선 완행으로 갈아타고 종각까지 가서 3호선으로 갈아타는 것을 좋을지
고민을 했어. 아무리 생각해봐도 시간이 넉넉하게 남아 있지는 않은 형편이었기에
결국 나는 용산에서 내려 택시를 타게 되었지.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7400이란 숫자가 요금표시판에서 나를 빨간 눈으로 노려보고 있었어.
부랴부랴 오늘 나의 첫번째 목적지인 남산 자유센터 웨딩홀을 찾아들어갔어.
(칭구들아, 내가 시방 무신 말을 하려고 하는지 벌써 다덜 눈치 챘징? )
(싱겁겠지만 나의 스트레서 해소를 돕는 차원에서 기냥 모르는체 읽어주지 않을래? )

시계는 12시 15분을 가리키고 있었어.
이미 예식이 시작되었을 테니, 내 친구인 신랑측 엄마얼굴을  예식 전에 보려고 했던
내 의도는 이미 물거품이 된거야, 그래도 할 수 없는 일이지 뭐.
게으른 나를 탓하며 나는 신랑측 접수구에 가서 부조금 봉투를 꺼내 들었어.
그리고는 사방을 둘러보며 '근데 울 친구들은 다덜 어딜 간고야? 예식은 보려고도 않고 모두 밥먹으로 간게지? '
이렇게 군시렁거리며 봉투를 막 내밀려고 했어. 접수구에 있는 아저씨가 봉투를 받으려는 찰나에
내 눈에 신랑측 엄마 이름이 김정심이라고 써 있는 것이 보였어.
아니 이게 어찌된 게야? 나는 눈을 의심하면서 , 아니 우리의 김경애가 언제 이름을 '정심'으로 바꾼거란 말이야? 뭐야,
당황한 빛을 감출 수가 없었어.
내놓으려던 봉투를 그냥 다시 가방 속에 집어놓고는 황망히 로비로 나와서는
홀을 잘못 찾았구나 하고는 2층으로 지하로 마구 돌아다니다가
남산에 또다른 웨딩홀이 있는데 내가 잘못 왔구나 싶었지 뭐야.

그래서 하는 수 없이
우리의 3동 방장 선민이에게 전화를 하게되었는데......
"선민아, 예식장이 어디 있는 거야? 너네들 시방 다 어디 있는 거니?"
다급해서 다짜고짜 이렇게 묻는 내 물음에 우리의 선민 방장은 한 십초쯤 조용히 있다가
이렇게 대답하는 거였어.
"형오가~  이짜나 이왕 온 김에 그냥 천천히 남산 구경하고 쉬다가 가렴."
아둔한 형오기 그말을 이해하는데 1분 이상 걸렸다는 거 아닌감. 후유~  (x21)(x13)

뭐가 잘못되었나 곰곰 생각해보니
김경애네 큰 아들 결혼식과 우리 3기 송년모임은
다음 주인 12월 9일 토요일인 거였어.

경애네 혼사에 참여하고 좀 놀다가 저녁에 우리의 송년 모임에 가서
실컷 놀다가 11시쯤 집에 돌아오겠다고
며칠 전부터 옆지기에게 다짐을 받아놓고
그날이 오기를 기다린 나....................

다시 다음주가 오기를 기다리며 허탈해진 마음으로
쓸쓸히 발걸음을 돌려 전철을 몇번씩이나 갈아타며 집으로 돌아왔는데......
우리 식구들 나를 보며 깔깔 웃어라도 줄 것이지,
그냥 대수롭지도 않게 그게 나이든 값하는 거라나 머라나. (x15)(x23)

요즘 내가 요런 비슷한 실수 연발인데
(지난 번엔 첫번째 합창 연습 날  우리집에서 하자 해놓고는
   깜박 잊어묵고 병원에 가려고 했었걸랑.)
요런 증상에 먹으면 좋은 약은 뭐가 있을꼬?

그나저나 칭구들아,
송년 모임에 많이들 오시게나.
모두 모여서 즐거운 시간 나누자구요.  (: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