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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풍 동기의 글 입니다.
길고 지루하기만 했던 장마가 끝나도 하늘은 흐려졌다 개었다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햇볕을 못 보고 칠월 한
달을 지내고 나니 몸은 밝은 햇살을 그리워 합니다만 막상 햇빛이 반짝 하고 드니 이제는 너무나도 뜨겁습니다.
고추는 하루가
다르게 빨개지고, 오늘 부터는 고추 따서 말리기 작전에 들어가야 되는데... 따가워진 햇살, 찌는듯한 무더위에 밭 일을 하다가는 머리가
빙그르.. 돌 것만 같으니 어쩌면 좋아?
여름 휴가철이 지나가고 있지만 계곡엔 아직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쏟아지던 비에 대한
기억이 길 떠나기를 망설이게 하는지.. 아예 금년 휴가는 포기들을 하였는지..
고등학교 동창생인 여자애들 다섯명이 우리집에 놀러
왔습니다.
저녁때가 되어 숯불을 피워주고 났는데...
" 아저씨! 이거 좀 어떻게.. "
" 그게
뭔데? "
" 삼겹살을 샀는데 돼지껍데기를 덤으로 주네요. 이거 어떻게 먹는지도 모르겠고.. "
" 아니.. 다이어트에
좋다는데 그냥 구워서 먹지 그래. "
나는 돼지껍데기가 꽤나 많이 든 봉지를 받아들었습니다. 여자애들은 돼지껍데기를 쉽게 버릴
수가 있어서 그랬는지 홀가분한 표정들 입니다.
' 복(伏)중에 돼지껍데기를 먹게 생겼네.. '
그런데 이걸 어떻게 해서
먹어야 할지 난감하기만 한데 그래도 불량주부 경력 3년이 쉽게 결정을 내리게 합니다.
' 그래.. 오늘은 양파나 썰어서
넣고 후라이팬에 소금구이로 볶아 먹어야지. 다음 번엔 고추장에 버무려서 불고기처럼 해 먹을까? 그래도 남으면 어쩌나?
'
불량주부 딱지를 못 떼는것은.. 내가 장에 가면 우선적으로 한 주일치 안주거리부터 집어드는 습관 때문이기도 합니다만 오늘
저녁 술 안주는 이미 확보가 된 셈 입니다.
그렇게 해서 돼지껍데기 요리를 하였지요. 솔직히 말해서 맛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 이거 내 요리 솜씨를 한탄해야 하나? 아니면 너 왜 그렇게 맛이 없냐고 돼지껍데기한테 야단을 쳐야하나..
'
여자애들이 돌아가고 이번엔 두 가족이 놀러 왔습니다.
여자 형제가 아이들, 남편을 데리고 왔지요. 보통들 그렇게
옵니다. 남자 형제가 부모 모시고 오는 경우는 극히 드물고 여자 형제들은 잘 뭉치지요.
그러니 남자들은 처가 쪽 식구들과
장인, 장모를 대동하고 놀러 다니는게 대세가 되지 않았는가? 그런 생각이 듭니다.
장마끝이라 계곡엔 맑고 시원한 물이 가득차게
흘러 내리니 아이들과 어른 할 것 없이 잘들 놀았습니다.
다음날 처갓집 식구 또 한 명이 아이만 데리고 서울에서 내려와 일행과
합류를 합니다. 그런데 아파트 베란다에서 키우던 병아리 한 마리를 박스에 담아 들고 왔습니다.
" 병아리가 많이
자라서요.. 아파트에서는 더 이상 못 키우겠어요. 어디다 버릴 수도 없고... "
마당에 약병아리를 꺼내 놓으니 잘도
돌아다닙니다. 어느틈에 지렁이도 잡아 먹고 온갖 벌레를 쉴 틈도 없이 쪼아댑니다.
내가 닭을 몇 마리 키워 보고 싶은 생각이
없었던건 아니지만 한가지 걱정이 있어서 고민을 했지요.
' 닭이 다 자라면 결국은 이 불량주부가 닭 모가지를 비틀어야 할 텐데...
'
닭 모가지를 손으로 비틀어서 잡고 식칼을 들이대야 하는건 영 자신이 없습니다. 그래서 망설이다가 포기를 하곤 했는데
뜻밖에도 병아리 한 마리가 생겼습니다.
서울에서 우리집으로 전입을 왔으니 이제 우리 식구가 되었습니다.
저녁때가
되었습니다. 병아리가 슬슬 걱정이 됩니다.
아파트야 흙도 없지만 야생 동물도 없습니다. 이곳은 뭐가 나타나서 한 입에 털어
넣을지 알 수가 없습니다.
' 집을 만들어 주어야 하는데... '
닭장을 크게 지어 양평장에서 병아리 몇 마리 더
사다가 키우는 것은 나중 일이고 우선 이 작은 놈 집이 필요합니다.
마당을 둘러보니 옛날 용돌이를 위해서 사다 놓은 커다란 개
집이 보입니다.
' 옳지! 저거면 되겠군. '
용돌이가 크게 자라는 바람에 큰 집을 사서 이사를 시키려 했지만 이
놈은 영 새 집에 들어가지를 않았습니다. 노상 바깥에서만 잠을 자는 바람에 결국은 어려서 부터 지내던 작은 집이 평생 집이 되었고 큰 집은
빈 채로 남아 있었습니다.
개 집을 청소하고 철망을 입구에 걸어 놓으니 훌륭한 병아리 집이 되었습니다.
병아리를
집에 넣어 놓고 물을 떠다 주고 나는 하늘을 바라봅니다. 오랜만에 별이 보이고 초생달이 밝게 떠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그제가
중복이고 어제가 칠석이었습니다. 세월은 내 맘보다 항상 앞서가고 나는 허겁지겁 쫓아 가기에 바쁩니다.
8월의 뜨거운 태양을
머리에 이고 나는 다시 밭을 갈아야 합니다.
이제 김장 무, 배추 심을 준비를 해야겠지요.. 아아.. 세월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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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문식 ~ '고등학교 동창생인 여자애들 다섯명이 우리집에 놀러 왔습니다.'...읽고, 얼른 생각에 재풍이가
'제물포女高' 나온 줄 알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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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석 ~ 나도 같은생각을 했네요...며칠후 규형산장에서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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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8.02 07:50:07 (*.13.5.23)
3.조영희
2006.08.02 19:40:55 (*.148.4.135)
3. 한선민
2006.08.03 00:57:08 (*.133.158.48)
3.고형옥
2006.08.06 17:04:03 (*.16.184.62)
3.송호문
2006.08.08 09:40:38 (*.237.217.157)
3-6 김광택
2006.08.08 10:08:51 (*.212.83.26)
3.송호문
2006.09.22 15:17:00 (*.106.77.73)
김광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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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아직도 진짜 이해를 못하고 있습니다.
재풍씨가 아줌마가 되시더니 친구분들도 모두 여자애들이 되신건가? 아리송송~~~(x16)
덤으로 받은 돼지껍데기.
기르다가 곤란해진 병아리.
뭐 이런것들만 재풍씨에게 갖다줍니까? (x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