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종일 비가 내린다.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되나 보다.

이럴땐 구둘목을 따끈이 데워놓고
딩굴딩굴 한없는 게으름을 부려 봄도 좋을듯 싶고

그러다 정 심심하면
지나간 잡지라도 부스럭 거리며 들쳐도 보고
아님 지난번 보았던 비디오 테이프라도 시시하긴 하지만 다시 돌려보고

조금 고상하게 보내려면
은은한 크라식음악이 나오는 에프엠에 다이얼 맞춰놓고
따끈한 헤이즐넛 향 커피를 마시면서
고갱의 화집을 뒤적이며
남태평양의 원시적인 아름다움에 심취해보고

그래도 의미있는 하루를 보내야만 직성이 풀린다면
그동안 문안인사 종종 못들인 노부모님께 안부 여쭙고
적조했던 친구들에게
전화로 소식도 나누고

생산성있는 하루를 보내야만 할것 같으면
밀린 집안일 순서있게 정해서 하고
예를 들면 옷장정리로 수납을 편리하게 해놓고
찌들은 냉장고와 부엌청소를하고
시간이 남으면
내친김에 베란다 청소까지.....

취미생활을 겸한다면
헝겊 조각 이어서 퀼트 작품도하고
지난겨울 내동뎅이치어 뜨다말은 털쉐타 마저 떠서 완성하기
요즘 베스트 셀러인 공지영의 소설을 읽는다 던지하며
의미있게 하루를 보내면 좋을것이다.

그렇지만 난 단연코 그렇게 의미있는 하루를 보내기 보단
마음맞는 벗들 불러다
묵은지 송송썰고 부칭게 부치며
이야기 꽃을 피우고 싶다.
그리고 냉장고에 채워논 수박이 시원해지면
도마위에 얹어놓고 쑹덩쑹덩 썰어
한입에 베어먹고
한기가 오슬오슬 들라치면
멸치 다시 낸물에 감자 숭숭썰고 밀가루 반죽 뜯어 뜨끈한 수제비 만들어
훌훌 들이키며
하루를 보내고 싶다.

그러다 보면 식곤증이 살살올때
모두 다리 쭉뻗고 한숨내리 푹~~~
한잠 자는것도 그림이 좋을듯 싶은데......
그러다 보면 느는건 뱃살~~

아!!! 나는 고상 우아하고는 체질적으로 멀고 멀다.
그냥 이대루 서민으로 편하게 지낼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