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자정 토고전 시청후 샤워하면 숙면도움

10일(한국시간) 개막식을 시작으로 한 달간 독일 월드컵이 개최된다. 2002년 월드컵의 감동을 잊지못하는 사람들은 벌써부터 들떠있다. 이번에 월드컵이 개최되는 독일은 우리나라와 7시간 정도 시차가 있다. 따라서 오후 3시 경기는 오후 10시에, 오후 9시 경기는 새벽 4시에 관람하게 된다. 월드컵을 생방송으로 시청하기 위해서는 늦은 밤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거나 새벽에 잠을 깨어 시청해야 하는 불편함이 따른다. 또 응원하면서 늦게까지 간식을 먹거나 음주를 하는 일도 자주 발생한다. 이 기간에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바로 수면 부족과 생활리듬이 깨지는 것이다.

■낮잠 30분이 수면부족 해결

수면은 하루에 최소 5시간 정도 취해야 한다. 잠이 부족하게 되면 두뇌활동이 둔화되고 분석력, 사고력, 기억력 등이 저하돼 아이디어 개발이나 창의적인 업무를 수행하기가 힘들어진다. 특히 장시간 운전을 하거나 위험한 환경의 산업현장에서 근무하는 사람은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밤샘 TV시청은 자제해야 한다고 전문의들은 조언한다.

하지만 이미 월드컵 삼매경에 빠져버린 사람들에게 이러한 충고는 ‘소귀에 경읽기'다. 또 새벽시간에 벌어지는 경기를 녹화해 두었다가 일찍 귀가해 보면 좋겠지만 생방송으로 느낄 수 있는 감동을 포기하려는 사람이 많지 않다.

을지대학병원 정신과 정범석 교수는 “밤 12시경에 끝나는 토고전을 시청한 후에는 흥분이 가라앉지 않은 상태로 잠을 자게 되면 숙면을 취하기 힘들기 때문에 미지근한 물로 샤워를 해 방송 내내 긴장했던 몸과 정신을 풀어주고 잠자리에 드는 것이 좋다”고 충고했다. 또 새벽 4시에 시작되는 프랑스와 스위스전의 경우에는 미리 자두는 것이 가장 좋다. 그 시간까지 TV시청을 하며 기다리려면 간접 조명을 쓰거나 조명을 약간 어둡게 해서 눈의 피로를 줄이는 것이 덜 피로해지는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밤샘 TV시청으로 인한 수면부족은 피로를 몰고 오기도 하는데 바로 풀지 못하고 무리를 계속 하게 되면 두통, 관절통, 근육통 등 만성피로 증상이 나타난다.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선우성 교수는 “늦게까지 TV를 시청한 경우에는 낮에 30분에서 1시간 정도의 짧은 꿀잠을 자는 것도 피로누적을 막는 방법”이라며 “하지만 장시간의 낮잠은 오히려 건강에 좋지 않다”고 말했다.

바른 자세로 TV시청을 하는 것도 피로를 줄일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소파나 의자에 허리를 밀착시키고 윗몸에 힘을 뺀 편안한 상태에서 TV를 시청한다. 또 하프타임을 이용해 꼭짓점댄스와 같은 스트레칭을 하는 것이 좋다.

■목을 보호하자

쉰 목소리는 월드컵 응원 중 가장 흔하게 나타날 수 있는 증상 중 하나다. 목소리는 목의 양쪽에 있는 성대가 서로 진동해 만들어지는데, 큰 소리를 낼수록 성대의 진동수와 부딪히는 힘이 커져 각종 성대질환이 생기기 쉽다. 성대는 일반적인 대화할 때 100∼300번 정도 진동한다. 고함을 치거나 응원을 할 때는 2000∼3000회 정도 고속으로 진동한다. 이 때 성대 표면의 윤활유가 감소돼 성대점막에 궤양이 생길 수도 있다.

특히 이번 월드컵 경기는 주로 밤이나 새벽에 주로 진행되기 때문에 성대 윤활유가 더욱 부족해지기 쉬워 궤양이나 부종의 위험이 더욱 크다. 또한 성대가 심하게 진동해 성대 안쪽의 모세혈관이 터지거나 물혹이 생길 수도 있다. 이같은 성대질환은 단 한번의 고함으로도 생길 수 있으며 수술 전에는 회복이 되지 않고 오히려 점점 자라 더욱 심한 증상을 유발하므로 주의해야 한다.

성대질환의 예방에 가장 좋은 것은 충분한 수분 섭취다. 응원을 하면서 물을 충분히 마셔 성대를 항상 촉촉하게 유지해야 성대가 과도한 진동에 견딜 수 있다. 반대로 술과 담배는 성대를 건조하게 하므로 가급적 피한다. 잠들기 전에는 따뜻한 물을 마시고 가벼운 발성으로 성대를 풀어주는 것이 좋으며 집안이 건조하지 않게 해 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목소리 전문병원 예송음성센터 김형태 원장은 “응원으로 목소리가 쉬면 가급적 대화를 삼가고 따뜻한 물을 수시로 마셔주는 것이 붓기를 가라앉히는데 도움이 된다” 며 “쉰 목소리가 2주 이상 지속된다면 목에 성대질환이 생긴 것일 수 있으므로 병원에 방문해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과식하지 않도록 조절하라

TV시청 도중에는 음식조절에 대한 통제력을 잃는 경우가 많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특별한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준비해 둔 음식이 떨어지면 그만 먹게 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미리 최소량의 음식과 음료를 준비하는 것이 좋다. 준비할 때 단 맛이 나는 음식이나 치즈, 오징어, 고기류 등은 고열량, 고콜레스테롤 음식이므로 피한다. 주로 신선한 야채와 과일을 준비하고 안주나 음식 하나하나의 크기를 조그맣게 자르는 지혜도 필요하다. TV를 보면 무심코 음식을 집어 먹는 경우가 많은데 양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음료는 커피, 콜라, 홍차, 녹차 등의 카페인 함유 음료는 피하고 보리차 같은 자극성 없는 음료를 마시는 게 좋다. 알코올은 혈관을 팽창시키고 심장 박동을 빠르게 하므로 가급적 피한다.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이정권 교수는 “특히 만성질환자는 과식과 과음을 경계해야 한다”며 “심장질환, 당뇨병, 신장질환 환자가 고열량, 고콜레스테롤 음식인 단맛이 나는 음식과 치즈, 오징어, 고기류 등 각종 안주류를 섭취하는 것은 건강에 해롭다”고 말했다.

또 심장질환자가 지나치게 술을 마셨을 때 알코올의 작용으로 심장이 빨리 뛰게 되는 것에 비해 심장의 기능이 이것을 충분히 따라 주지 못하기 때문에 위험할 수 있다. 이외에도 과식, 과음으로 인한 설사, 구토, 복통 등도 만성질환자에게는 큰 위험이 될 수 있으므로 분위기에 휩쓸려 평소의 생활습관을 잃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