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가로늦게 여행복이 터졌는지
생각지도 않게
초등동창과 말나온지 닷새만에 훌쩍 떠난 여행은
가슴 설렐 여유도 없었다.

이번 여행엔 영분이를 비롯해 우리 인천여중 출신도 여러명
그리고 일행에게는 전연 생면부지의 나의친구 둘을 대동하여
12명이 떠났으나
우연히 카토릭이라는 한믿음으로 결속이되어
어색하거나 낯설지 않은
무난한 여행길이 되었다.

원래 일본이라는 나라는
화산지대에 위치해 있어 곳곳이 온천이라
그저 휴식겸 온천욕을 즐기기 위해
떠나 보는 여행이라
볼꺼리 기대는 애시당초 없었는데
일본 문화 체험을 할수있는 기회가 있을줄이야....

전통적인 다다미방의 온천장 여관이 숙소여서
유카다 입고 일본음식 대접받고
온천욕을 즐겼는데
우리들 식사시간 마다 접대한 기모노차림의 83세노인은
정정하고 단아한 모습으로
우리식사 끝날때 까지 문간에서 무릎꿇고 앉아서 기다리고
식사마치고 나가는 우리를 일일이 깊게 머리숙여 인사하는 모습을 보며
예절 바른 그네들 모습과
노인네도 당당히 자기일을 찾아 열심히 사는 모습을보며
우리네와는 사뭇 다른 모습에 놀라움이 앞섰다.

아침엔 조촐한 식사 마치면
한20분간에 여유가 있었는데
우리는 미친듯이 근처 조그만 다방으로 뛰어가기 바빳다.

정말
시골 구석의 아주 작은 역전다방은 우리를 향수에 젖게 하였기 때문이다.
탁자 몇개와 빛바랜 그림액자 골동품으로 보이는 구식 유성기와 시계
그리고 원두커피 가는 낡은기계
고호와 드가의 화집이 꽂혀진 허름한 책꽂이....

무엇보다도
백발의 허리 꼬부라진 80노인의 정성스러운 써빙~~
말 한마디 통하지 않아도 눈빛으로 주고 받는 대화들~~

그 정겨움이
그리고 늙지않는 사고방식과 행동이
우리를 사로잡아
아침 식사후엔 자석에 끌리듯
가슴으로 마시는 커피맛이
미각과 후각을 너무나 즐겁게 해주며
우리를 잔잔한 감동으로 흥분시켰다.

그리고 소바체험으로
학창시절 가사시간때 처럼
앞치마를 정갈하게 입고
요리실습하는 학생이되어
실제로 모밀반죽을 밀고 썰어서
직접 만들어 먹게 되었는데
도우미 아줌마도 우리보다 훨씬 연배가 있어 보였는데
얼마나 친절하게 가르쳐 주던지.....
일정 마치고 그 소바공장 떠날때
공장에서 일하는 온 식구들이
우리가 타고 떠난 차가 끝내 보이지 않을때 까지 손흔들며 배웅하던
그들의 친절 또한 우리에게 짙은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우리 이제 나이 60
현장에서 몸으로 뛰는
80넘은 노익장 일본인에 비하면
무려 20년이상 젊은 우리들!
그네들에 비하면 청춘이 아닌가!

아프다 소리 하지 말아야 되겠다.
약봉다리 끼고 사는것이 늙었다는  훈장이 아니다.
우리 과감히 약봉다리 사양하는 용기로
마음 튼튼하게 정신력을 길러
몸도 튼튼하게 유지시켜
남은 인생 청춘처럼 살아봄이 좋을듯 싶다.


친절과 열정으로
성심성의를 다하는 일본인들
그들 마음 저변에 깔린
알아내기 힘든 속내를
껄끄럽게 생각하기 이전에
우리가 배워야 할것은 확실히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독도 때문에 시국이 뒤숭숭할때 떠난 여행이기에
조금은 착찹한 마음이었지만
그네들
특히 노인천국이라는 일본이
하루아침에 이루어 진것은 아닐진데
수명이 길어지는 지금세태에
우리가 참작하고 배울것은 우리화 시켜 받아들이면 좋겠고
남은 인생 소홀히 하지말아야 겠다는 다짐을 해보았다.

지천에 핀 노란 수선화와
혀로 핥아도 될만큼 깨끗한 무공해 거리와
낮으막한 전통식 일본 목조가옥이
아직도 생생히 눈에 아른거리며 깊은 인상을 심어주었고
나름대로 뜻깊은 봄 여행이었다는 생각을 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