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에도 때가 있는데 ...........
하고싶은 많은 말들을 제 때에 하지 못하고 시기를 놓치면
떠나버린 기차처럼 되는거 아닐까?

내가 지금 내 손가락에 빵꾸났던 사연을 이야기하면 누가 들어줄래나?
들어줄런지 안 들어줄런지는 몰라도
나로서는 이제서야 빵꾸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었으니..........



미주 신년회날 입은 나의 크림색 드레스.
멋진 후배들이 특별히 골라놓았던 그 드레스는
내가 미국 오기전부터 이미 매스컴을 타서 이 홈피를 통하여 세계만방에 그 모습을 드러낸 바가 있다.  ㅋㅋㅋ

그런데
그 드레스와 내가 첫 상면을 하고보니
아악!!!

나의 신체는 그 드레스에 너무나 어울리지 아니 하였다.
즉,  기장은 두뼘이나 길고  (다시 말하면 내 신장이 두뼘이나 짧았고..)
품은 한뼘이나 모자랐다. (즉 내 몸뚱이가 그만큼 굵었다는 이야기... ::$::$

게다가 이건 또 무슨 조화인지, 앞가슴은 또 한뼘이나 남았다.
뒷가슴은 한뼘 모자라고 앞가슴은 한뼘이 남고?

그렇다면............이 드레스는 날씬, 늘씬, 풍만~~~한 팔등신이나 입을 수 있는거 아닌가?


후배들이 원망스러웠다.  나보고 이걸 입으라고?  흑흑  ::´(::´(

혹시
그동안 내가 홈피에 내 사진 올릴 때 번번이  
너무 잘 나온 사진만 골라 올려서 후배들이 나를 그렇게 날씬 + 늘씬으로 착각했던 것일까?
그렇다면
나의 사기술이 너무 지나쳤구나....   (반성을 요하는 대목)


드레스를 갖고 온 신옥이가 안을 낸다.
"다 방법이 있어요.  요기 요만큼 모자라는 부분을 무슨 끈으로 조여주면 입을 수 있을걸요?"

내 생각에는 너무나 많이 모자라서 도저히 안 될거같은데도  그녀는..
"아니요.  되구말구요.  운동화끈으로라도  지그재그 묶어주면 아마 더 멋지게 될거 같은데요?"


그렇게 할 수만 있다면야........

이튿날, 용기를 내어 옷 수선하는 집을 찾아다녀봤는데 너무나 터무니없는 수선이라고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그렇겠지.  
워낙 너무 작은걸~~~ 그뿐인가 또, 워낙 너무 긴걸~~~

수선을 부탁하다보니 내 스스로 부끄러워졌다.
방법이 없는거 같았다.
그럼, 여기서 단념하고 이 드레스를 못 입어?

그러니까 더 더욱 한번이라도 꼭 입어보고 싶어졌다.



그렇다면 무슨 방법이 없을까?
궁리, 궁리끝에 작업 들어갔지............::d::d::d

방법은 간단한 이론..........
긴쪽을 잘라서 짧은 쪽에다 붙인다....너무나 당연한 진리대로 했다.


드레스는 돌려드리지않아도 되는 내 소유라니까 맘놓고
두뼘 남는 기장을 가위로 잘라냈다.
드레스가 얼마나 폭이 넓은지 그거 잘라내는데도 한참 걸렸다.  (자르다가 거의 기권할 뻔 했다. ㅋㅋㅋ)

잘라낸 부분을 길다랗게 다시 몇 가닥으로 또 잘랐다.
그 여러 가닥을 이어서 끈을 만드는 작업이 시작되었다.

그 끈을 만드는데
재봉틀도 없거니와  (있다해도 재봉할 줄 모르는 나에게는 없는거나 마찬가지지만..)
한 뜸 한 뜸 손으로 화서 만드느라고  두서너어~~시간이 족히 걸렸다.

처음부터 그렇게 오래 걸리고 손가락에 빵꾸가 날 지경인줄 알았으면
아마 시작을 안 했을지도 모르겠는데

멋모르고 시작하고보니 중간에 고만둘 수도 없고
그야말로 바늘을 쥔 손가락이 새빨갛게 되어 거의 빵꾸가 날 때가 되어서야
길다란,  필요한 길이의 끈이 완성되었던 것이다.


그 신년 파티날,  나는 미장원에도 못 가고 화장도 제대로 못하고
오로지
그 끈 만드는데 온 혼신의 힘을 다 쏟았다는 이야기다.  ㅎㅎㅎ


모자라는 뒷가슴은 그 피땀어린 자작 끈으로 조이고 (운동화 끈 묶듯이)
남아나는 앞가슴은 대강 듬성듬성 꼬매서 줄였다. .............. 아무래도 들쭉 날쭉 쭈구렁거렸다.
파티 도중
아무 것도 모르는 성심이가  "여기가 좀 운다."  하면서
내 드레스의 겨드랑부분을 이쪽 저쪽 잡아당겨본다.  좀 나아질까 해서....  
그게 잡아당겨서 고쳐질 쭈구렁인가?

"응, 좀 울 일이 있어~~" ..........  울어도 할 수 없지.  ::d::d::d



이렇게하여  신년파티에서 나의 깜쪽같은 드레스 사기극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연이란다.
내 손가락 빵꾸와 함께~~   hihih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