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눈이 오면 생각나는 사람이 더러있다.
안마도의 정우~~
그리고 평택의 재선이~~

어제 싸락눈이 쌀가루처럼 흩뿌릴때
늘 그렇듯이 우리 식구들은 집을 나섰다.

해마다 아들내외 딸내외 앞세우고 가까운 서해 바닷가에 가선
드넓게 펼쳐진 하늘과 바다가 맞다은 수평선을 바라보며
지난 한해동안 지치고 피곤했던 기억일랑 출렁이는 파도에 실어보내고
올 한해를 무난히 건강하게 잘 지내기를 염원하며
시원한 바다바람을 맞으며 한해를 시작하곤 했다.

올해는 행선지가 바뀌었다.
경기도 끝자락 산으로 둘러쌓인 동네로 딸네가 이사를 하여
신년맞이는 집두리 겸하여 딸네집에서 하기로 하고
연로한 친정 부모님 모시고 가는길엔 싸락눈이 날리고 있었다.

가는길 내내 도심을 벗어난 전원 풍경이
벗은 나무가지 사이로 거침없이 다 보여주고 간간히 쌓인 눈이 겨울 정취를 보태주어
마치 여행을 떠난 사람처럼
마음이 들뜨게 되어버렸다.

차창밖을 내다보며
지난 한해
즐거웠던 일만 주마등 처럼 스쳐 지나가는데

그중 잊을수 없는 것중 하나는 평택 재선이네 집의  
무리져 피어있는야생의 들꽃들~~

동양화의 한폭을 연상시키는 운치있는 늙은 소나무~~

담벼락에 쌓아 쟁겨논 가지런한 장작더미~~

마당 이곳 저곳에 편안히 자리잡은 돌절구와 항아리들~~

그리고 배경처럼아름다운 푸르렀던 하늘~~

이 겨울 ~~
세상이 얼어붙는 듯한 추위속에
재서니네 장작불은 지끔쯤 훨훨 타오르며
그 온기로 마음까지 따뜻해질것 같아
재서니의 따뜻한 마음이 전해질것만 같은데......

소리없이 내리는 눈이 소복히 재선이네 마당에 쌓이면
이른아침 발자국 내며 아침인사 할 이름모를 새들의 노랫소리가 들릴것만 같고.....

도닥도닥 도마소리와 함께 아침 준비하는
재선이의 부지런한 손도 생각이나고......

따듯한 햇살이 정수리에 머무를땐
가슴피고 산책하는 건강한 재선이의 심장소리도 들릴것 같고......

그런데 요즘 도통 겨울잠속에 빠져있는지?
재선이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아
새해  전원을 가르는 차창밖 풍경을 보면서
재선이 생각에 잠시 빠져 보았다.

재선아~~
건강하지?
새해에는 너의 전원생활을 종종 전해주렴.
우린 잔잔한 평화에 갈급해 있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