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새 한 마리 (이재풍 글)

산을 내려옵니다.
눈 덮힌 산길을 조심 조심 내려옵니다.

거의 다 내려와 한숨을 돌리려니
바위 틈에 작은 새 한 마리가 있습니다.

무심코 지나치다가 다시 돌아봅니다.

눈 속에서 굶주린 작은 새는
기운이 떨어져 날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잠깐 가여운 마음이 들고, 주머니에 무슨 부스러기라도 없나 생각을 해 보지만
아무것도 없는게 뻔하니 연민의 감정을 바로 거두어 버립니다.

' 잘 견뎌 내겠지.  틀림없이 자기 힘으로 먹이를 찾을 수 있을거야. '

산 길을 벗어나니 작은 새 생각은 사라지고
동으로 동으로 흐르는 구름의 모습에만 눈이 갑니다.

손과 귀는 시렵지만 몸은 훈훈하고
잎이 다 떨어진 나무가지 사이로 햇살은 더 환하게 비추고 있습니다.

산행을 마치는 몸과 마음은 파란 겨울 하늘 아래 차갑고 맑은 공기 만큼이나 가볍기만 합니다.

' 그래,  이 맛이야.. '

따뜻한 방 안으로 돌아와 물 한잔을 마시고 있노라니
아까 바위틈에서 보았던 작은 새가 생각 납니다.

' 암만 새는 새,  나는 나 라지만 그리 쉽게 마음이 달라져 버리나? '

작은 새에 대한 연민의 감정에서 바로 내 산행 후의 홀가분한 마음으로 바뀌어 버리다니...

그러나 어쩌겠습니까?
어짜피 생명은 하나이고 그 생명은 혼자서 헤쳐 나갈 수 밖에 없는 숙명 인것을...

12월에 접어드니 가끔은 외로움이 찾아옵니다.  마음도 갈팡질팡 입니다.

우선은 일 하는 재미가 줄었습니다.
밭 일이야 아직도 해야 할 일이 있긴 하지만 지금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일 뿐 입니다.

날씨는 춥고 몸은 움추러 듭니다.
얘기를 하고 싶은 나무들은 옷을 벗고 묵묵히 서 있고
얘기를 들려 줄 풀들은 땅 속에서 숨을 죽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산골의 겨울은 너무 조용합니다.
모두 혼자서 조용히 견뎌내야 합니다.

' 그런데 나만 외로움을 타나? '

도시의 불빛은 화려할 거고 왁자지껄한 모임은 흥이 나겠지만
찬 바람에 집으로 향하는 어깨 위에는 쓸쓸함이 묻어 있지는 않나요?

모짜르트를 틀고
헤이즐넛을 내리고
바람부는 창 밖을 바라보는 은빛머리 아저씨..

내일 눈덮힌 골프장에서 빨간공이 좋을까 노란공이 좋을까 고민만 하나요?
혹시 12월의 허전함은 느끼지 않나요?

' 너만 그런거야. 이 바보야.'

얼핏 그런 소리가 들린 것도 같은데...

이제는 12월의 외로움이 계절병처럼 다가옵니다.

사람은 어울려 살 수 밖에 없지만
그래도 결국은 혼자입니다.  

내 아픔은 내가 다스려야 하고 내가 죽을 때에는 혼자 떠나야 합니다.

아마도 달랑 남은 달력이 외로움의 원인 제공자인지도 모르죠.

이제 달력 위의 숫자들이 자꾸 무거워지니
12와 31이 겹칠때까지 마음의 몸살은 계속 되겠지요.

그리고 1과 1로 시작되는 새로운 발걸음만이 이 병을 끝내 주지 않을까?...

12월의 외로움은 몸뚱이가 아프도록 절절하게 다가 오기도 하지만
좋은 점도 있습니다.

12월의 외로움은 그 가라앉기만 하는 마음을 통해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가르쳐 주기도 합니다.

그건 거짓없이 사는 길입니다.
가식으로 나를 가린채 사는 삶은 아까운 시간을 낭비할 뿐 입니다.

외로움이 찾아오면 정면으로 마주 쳐다 보아야 하겠지요.
그리고 자연스럽게 받아 들이면 됩니다.

' 그런데 산 속의 작은 새는 어떻게 되었을까? '

날은 어두어 지는데 이제서야 마음이 아파옵니다.





김광택 ~ 크리크!!

김천호 ~ 산 속의 작은 새는 배고파 굶고 추위에 얼어죽었을 확률이 아주 큽니다.. 그런데 동물뿐만이 아니고 우리 주위에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죽어 나갑니다..

장문식 ~ 오늘 병진, 용규, 광일, 넷이서 분당 맹산에 올랐는데, 작은 콩새들이 서너 마리 주위를 맴돌기에, 매낭을 뒤져 건빵을 찾아내서 잘게 부수어 주었더니, 한 마리씩 내 손바닥에 날아와 한 조각씩 물고 날아가더군. 그놈들이 백운봉에서 왔나 보이. 안심하게나.

우창명 ~ 지난 눈이 내린 다음 다음날...
며눌 아이가 호들갑 스럽게 뛰어 들어 옵니다.
"아버지--- 베란다 아래 고양이가 죽었어요!"
나가보니 까만 고양이 새끼가 담아 놓은 은행잎 상자안에 죽어 있습니다.
땅속에 묻어주고 싶었지만, 땅이 얼어서 목련나무옆 낙엽속에 던져 놓았습니다.
그런데-- 커다란 누런 고양이가 찾아와 처량하게 마당을 어슬렁 거립니다.
그것도 매일 매일 4일 동안을...
아마도 어미 고양이 인것 같습니다....
동물이나.. 사람이나.. 피붙이에 대한 사랑과 애닯음은 마찬가지 같습니다...  

김광택 ~ 그 새는 道士에게만 보인다는 노랫말속의 그 새 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