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기 친구들 중 이재풍 동기의 팬들이 있어서 이친구가 최근 올린 글을 퍼왔습니다.)


이제 가을의 끝,  겨울의 길목 입니다.

김장을 끝마친 밭에는 서리가 하얗게 내렸지만,
마지막 가을 햇살 아래 텃밭은 된서리를 거두고 평온하고 조용하게 누워 있습니다.

지난 주에는 김장을 했습니다.

동네 아주머니 두 분과,  내가 김장 보조원이 되어 배추김치 두 독과 알타리 한 독을
해 넣었습니다.  또 파김치와 동치미도 담갔습니다.

김장을 하기 전 까지는 마음이 심란하고 무언가 할 일이 잔뜩 남았는데...  하였지만
김장을 끝내고 나니 그렇게 마음이 푸근하고 넉넉해 집니다.

배추가 한창 자랄 때에는 벌레의 공격을 많이 받아서
' 이거 혹시 딱딱배추가 되는게 아니야? ' 했었는데 막상 칼로 쪼개 보니
노란 속이 적당히 들어 차 있어 정말로 맛있는 김치가 되리라는 예감이 들더군요.

딱딱배추는
배추 속이 차 오르는 시기에 진딧물과 벌레의 공격을 받아서
노란 속이 들지 못하고 딱딱 벌어져 버린다고 그런 이름이 붙었다네요.

당연히 딱딱배추로 담근 김치는 씁쓸하고 맛이 덜 하겠지요.

딱딱배추가 더 맛이 있다고 그거만 사러 다니는 사람이 있기도 하고
노랗게 익으면 진짜 김치맛 이라는 사람이 있기도 합니다만....

금년 우리 김장에는 아주 특별한 재료가 한가지 들어갔습니다.
바로 ' 야채효소 '지요.

마루에서 배추 속을 넣었는데 그 달콤하고 싱그러운 야채효소 향기가 온 집안에 가득 했습니다.
나로서는 그보다 더 흐뭇한 일이 없었지요.

지난 봄에 쑥과 민들레, 씀바귀를 넣어 만든 야채효소가 들어감으로서
우리 김장은 사계절이 완성 되었습니다.

겨울의 시련과 고통을 이겨낸 마늘과

봄의 생명력인 야채효소.

뜨거운 여름의 열정을 온 몸으로 받아 들인 고추

그리고 청명한 가을 바람과 찬 서리 속에서 꿋꿋하게 자란 배추와 무.

내가 가꾸고 지켜 보았던 모든 것들이 한데 어우러져 멋진 계절의 조화를 이루어 냈습니다.

그리고 다시 땅 속으로 들어가
서서히 김장 김치의 참 맛을 만들어 가겠지요.

이렇게 한 해 텃밭 농사의 마지막 결실을 맺으면서
내가 의지했던 눈과 비,  바람과 별빛,  해와 달의 기운에 고마움을 느낍니다.

나야 그저 땅을 붙들고 땀방울을 조금 흘렸을 뿐인데
하늘은 이렇게 넉넉함과 기쁨으로 돌려 주는군요.

김장 보조원은 이런 흐뭇한 마음으로 뒷짐지고 슬슬 쳐다 보기만 하면 좋겠는데
사실은 할 일이 많습니다.

밭에서 배추를 눕혀 놓으면 날라야 하고, 땅 속에 넣어 두었던 무도 꺼내야 하고
온갖 그릇과 칼,  각종 양념과 소금, 젓갈을 대령해야 합니다.

또 틈을 내어서 김장독 세개를 다시 한번 씻어 말려야 합니다.

그런 다음에 절여 놓은 배추를 다시 나르고, 속을 넣은 배추를 또 옮겨야 합니다.

그리고 두 손이 시뻘건 아주머니들을 대신해서 돼지고기를 삶고 밥을 합니다.

밥...  김치와 쌀밥.  금방 버무려 놓은 김장김치에 삶은 돼지고기를 얹어 먹는 맛이란 !
침은 넘어 가는데 그걸 내가 해야 합니다.   아... 밥순이.. ㅠ.ㅠ

밥돌이건 밥순이건 상관 없지요.

밥을 짓는다는 것은 살아 있다는 확실한 표시 이고, 살겠다는 강력한 의지 입니다.
그리고 배불리 먹는다는 것은 삶의 목적 이기도 하니까요.

즐거운 마음으로 밥을 합니다.

내가 거두어 놓은 검정콩을 넣고 밥을 합니다.
쌀까지 내 힘으로 한 번 해 봤으면...  생각이 또 간절 합니다.

언젠가는 정말로 맛있는 밥,  그래서 밥 한 그릇이면 반찬도 필요 없고,눈과 코와 입안이 즐겁고
온 몸의 세포가 대 만족을 하는 그런 밥을 지어 보고 싶습니다.

밥이야 전기 밥솥이 다 하지만
현미와 갖가지 잡곡의 비율, 물의 양과 취사시간, 최적의 조합을 꼭 찾아 볼랍니다.

내 손으로 쌀을 만들어서 하고는 싶은데...  아직은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꿈이 있어야 설렘이 있고, 설렘이 있어야 아침해가 빨리 떠 오르기를 기다리게 됩니다.

그렇게 해서 김장의 기쁨,  밥 짓는 즐거움은 무사히 성공적으로 끝났습니다.
저녁에는 남은 돼지고기와 배추쌈으로 당연히 기분 좋은 술 한잔을 했지요.

금년엔 배추를 80개 정도 했지만
내년이나 언젠가는 배추를 한 300포기 정도 해 보고 싶습니다.

그 옛날 아이들은 많고 먹을건 없었던 때 우리 어머니가 하시던 대로...

지금이야 먹을게 많으니까 그런 의미가 아니고
그냥 대 여섯 가족이 어울려 재미있고 신나는 김장 축제를 해 보는 거지요..

옆지기가 한마디 안 할리가 없습니다.

" 아니... 김장 하고 나서 팔 다리 허리가 쑤시느니 어쩌니 하더니...  무슨 소리야 ? "






조기철 ~ 김장하는 정감나는 모습을 그릴 수 있다.  

김광택 ~ 재풍이 아줌마^^ 파이팅!!

김천호 ~ 올해는 김장을 80포기밖에 안했다니 방문을 삼가고 300포기 김장했을때에 그때 가볼까나??

장양국 ~ 김장독은 양지 바른곳에 뭇고 눈비를 피하기 위해 꼬갈형 움집을 지어 씨워야 된다네( 번데기 앞에서 주름 잡았나??)내년 1월말쯤 김치가 맛있게 익었을 때 김치에 돼지고기 덤성덤성 썰어넣고 보글보글 끓이다가 소주 한잔이 제격인데....그럴기회를 주신다면 지금부터 회원을 모을걸세

최덕홍 ~ 생김치면 어떠냐.금년이 가기 전에,오십대의 마지막 언저리에서 한번 봐야지.양국이 형님이 주선하시게.언제든지 달려갈네니까.


우창명 ~ 덕홍이 말이 맞네.. 양국이.. 야채효소가 들어간 김치하고 돼지고기 그리고..
소주 생각만 해도.. 온 입안에 침이 가득 고이네.. 그려.. ㅋ ㅋ ㅋ


한기복 ~ 시골풍경이 그려지는 좋은 글이네요. 우리 집 꼼으로 퍼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