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은 동기가 죽었다는 연락을 받고 마음이 울적하여 평소보다 일찍  퇴근하는 길이였다
휴대폰이 울리더니 며달째 시골에서 년로하신 아버님을 보살피고 있는 친구로부터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그친구는 6월30일에 정년퇴임하는 중앙부처 공무원이다
중앙부처 공무원은 정년퇴임일에 임박해서 약6개월 정도는 출근을  안 하여도
신분이  유지되고 월급도 고스란히 나오는 모양이다
퇴임일 까지 시간을 줘 신변을 정리하고 일자리도 알아보라는 배려일 것이다

그래서 그친구는 6개월전 부터 시골 합천에 내려가 홀로 생활하시는
아버님을 돌보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약속한 주점에서 만나 근황을 얘기하며 미래의 생활대책을 의논하면서
공직생활 3수십년이 넘도록 근무한 것을 자랑하며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난 그가 팔십이 넘는 어버님을 모시러 시골로 간것을 알기에 아버님 근황을 물엇더니
많이 좋아져 어린아이를 보살피는 기분이란다
자기가 시골에 내려가기전에는 먹지 못하고 보살피는 이가 없어 피골이 상접하여
오래 못 사실것으로 생각했는데 그친구의 정성이 효험이 있었는지 건강이 좋아지셨단다

꼭 나무나 채소처럼 정성을 쏟을 수록 하루하루가 달라지게 좋아지는 것이
내가 왜 일찍 곁에 있지 못했는지 후회 막심하다는 것이였다

<  장형!! 아버님을 모시고 목욕탕에서 등을 밀어드리는데 난 눈물이 나서 혼났어..
옛날 벼가마 하나쯤 번쩍 번쩍 드시던 체구는 온데간데 없고 건불(건초사투리)처럼
깃털처럼 가벼운것이 .....
등의 때를 밀면서 흐르는 눈물에...땀방울이  뒤범벅이 되어 흐르는데... 챙피하기도 해서
샤워기로 얼굴에 물을 뿌려댔지...>

그는 30일에 정식으로 정년퇴임을 하면 합천으로 내려간다고 한다
친구 옆지기는  한달에 한번정도 내려와 밑반찬이나 만들어 주고 서울로 올라와야 하는데
시집간 딸아이가 아이를 낳아 그 뒷치닥거리를 해야 한다고 한다

그렇게 하는 아내가  조금은 불만이지만 아버님이 달라지시는걸 보노라면 자기도 또하나의
어린 생명을 보살피고 있는 모습이라고 한다

우리둘은 소주2병을 없애면서 우리들의 미래을 아버님 얼굴에서 지금 맞대고 있다고 외치면서
너털웃음을 웃을수 밖에 없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