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독일 가는 이 친구는 금년에 환갑이다.

수년전부터 자기 환갑되는 해에는 우리 셋이서 독일을 거쳐 유럽여행을 하자고
수차례 우리 (나하고 M 이라는 다른 친구) 를 부추기었던 장본인이다.
독일에는 그녀의 제일 큰언니가 40년도 넘게 살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오늘 그녀는 혼자 독일행 비행기를 탄다.  아마 지금쯤 상공을 날아가고 있겠지.......

독일에 사는 그녀의 언니는 금년에 70세가 되시는데
당뇨에 합병증에 류마치스에 또 어디 어디 병고가 주렁주렁 매달려서
당신 몸 하나 운신하기가 천근만근이 되다보니 자꾸 서러움이 복받쳐서
전화만 걸면 우신다는 것이다.

내 친구는 1남 4녀중 막내인데
호주사는 오빠,  미국사는 다른 언니,  또 어딘가 사는 언니.
이렇게 오남매가 십여년만에 독일언니네 집에서 모이기로 했다는것이다.
정작 한국에 사는 형제는 없다고 한다.

나하고 M은 그렇지않아도 지금 유럽씩이나 갈만한 입지가 아니라
우리들은 전혀 조금도 서운할 일은 아닌데
오늘 모처럼만에 큰 맘먹고 독일가는 내 친구의 입장이라는 것이
알고보면 애달파서 오히려 내 맘이 더 짠하다.

한 어머니에게서 태어나서
자랄 때는 함께 뒤엉켜 울고불고 쌈박질까지 해 가면서
언제까지나 언제까지나 영원히 같이 살 줄 알았던 형제들이건만
성장하여 각각 제 살림 살다보니
더구나  이리 저리 세계 각지로 흩어져서 고달프게 일상생활에 매달리다보니
어언간 수십년 세월이 쏜살같이 흘러가버리고..............
지금 그들은 십수년만에,  또는 이십여년만에 만나보는 눈물의 상봉인 셈이다.

게다가 내 친구는
수년전부터 뇌까리던  ‘한달 유럽 여행’  은커녕
얼마전에는 ‘이주일은 있을거야’  하더니만 막상 떠날 임시에는
‘오고 가는 날 빼고 딱 일주일이야’  한다.

그녀는 여기서 딸네서 살고 있는데 딸이 경영하는 옷가게가 너무 바쁘고
집에는 어린 손주가 둘이나 있고해서 도저히 이주일씩이나 집을 비울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나마 호주의 오빠는 사흘만에 돌아가야한다고 한다.

그처럼 벼르고 별러서 가는 여행에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관광이고 뭐고 아무데도 안 가고 날마다  언니옆에 붙어앉아 있다 올거야.
언니한테 맛있는거나 많이 만들어 주어야지.”

그 말을 들으니 어쩐지 내 눈에 눈물이 핑 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