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 천 득 --

이 순간 내가

별들을 쳐다본다는 것은
그 얼마나 화려한 사실인가

오래지 않아
내 귀가 흙이 된다 하더라도
이 순간 내가
제9교향곡을 듣는다는 것은
그 얼마나 찬란한 사실인가

그들이 나를 잊고
내 기억 속에서 그들이 없어진다 하더라도

이 순간 내가
친구들과 웃고 이야기한다는 것은
그 얼마나 즐거운 사실인가

두뇌가 기능을 멈추고
내 손이 썩어가는 때가 오더라도

이 순간 내가
마음 내키는 대로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은
허무도 어찌하지 못할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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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지인 한 사람의 부음을 들었습니다.
어느 누구라도 피할 수 없이 가야하는 길이지만
그 일은 언제나 슬픔입니다.

어디서 왔는지 어디로 가는지 모르고 사는 삶의 한 가운데서
때로는 허무에 휩싸이게 되지만
그래도 이 순간
살아있음이 희열이고 찬란한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피천득님의 시 한 구절을 베껴놓은 것이 있기에 옮겨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