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잖니,
어제 내가 미장원엘 가야했어.파마를 좀 해볼까 했지.
파마 안하고 산 지가 퍽 오래됐는데
왜 갑자기 파마가 하고 시퍼졌는지 왜 그런 마음의 변화가 생긴 것인지
그것까지 알려고는 하지마.
실은 그 속마음은 아직 나도 잘 모르겠거덩.

하여튼 그것은 그렇다치고
하필 일주일 중 가장 바쁜 목요일인 어제 나는 파마가 무지 하고 싶어서
어렵게 짬을 내고 미장원엘 가기로 했지.
목적지인 미장원 부근 주차장에 차를 주차 시키고 내리니
문득 무지무지 배가 고픈 거야. 생각해보니 하루 종일 먹은 게 별로 없는 거였어.
아~~~ 파마를 하려면 시간이 꽤 걸리는데 배고 고프면 어쩌니....
그래서 별 도리도 없고 하여 가까이 있는 포장마차에 가서 김밥을 몇개 주어 먹었어.
글구 백을 가지고 오지 않아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계산을 하고 나왔어.
난, 미장원 갈 땐 되도록 백을 가져갸지 않으려 해. 왜냐, 카드를 도난 당해 곤역을 치른 적이 있거든.

건물 2층에 있는 미장원 문을 써어카니 밀고 들어갔어.
카운터 아가씨가 웃저고리와 안경 핸드폰 그리고 기타 소지품을 받아서 옷장 안에 넣으려고했어.
그런데 이게 웬일이니?
내가 어떤 낯선 가방을 들고 들어왔던 거야.

"어머~ 이거 내꺼 아닌데...."
"아이, 방금 손님이 들고 오신 거잖아요."
"아니야, 난 이런 가방 없어."

손님도 별로 없는 미장원이었고 더구나 카운터에 누가 얼쩡거린 적도 없으니
나 말고 누가 가방을 거기 내려놓았다고 할 어떤 구실도 없는 거였어.

그러자, 번개같이 좀 전에 김밥 먹은 포장마차에서 내 옆에 어떤 아줌씨가 앉아 있던 것이 생각났어.
급해진 나...... 그야말고 번개같이 뛰어 내려가 포장 마차 쪽을 바라봤지.
두어 사람이 포장마차 앞에서 두리번두리번거리고 있는 게 보였어.

아휴~~~
진땀이 나는거....
그냥 이걸 가지고 튈까?
갔다가 몰매 맞을 지도 모르고 어쩌면 경찰서에 끌려가
소매치지 범으로 혼구녘이 날지도 모르는 판이었어.
아주 잠깐이지만 공부에는 별 재간이 없던 내 머리가
뱅글뱅글 회전을 하는데 그 속도는 가히 상상을 초월할만큼이었어.
떨려서 발걸음이 잘 떨어지려 하지 않았어.

그런데 그쪽 사람들이 나 있는 쪽을 바라보고 나와 눈이 마주쳤어.
얼굴이 불같이 달아오르는 거야.
그래도 어쩌니.
이젠 죽어꾸나.....
가슴 속에서 북소리가 났어. 마치 전쟁이 났음을 알리는 북소리 같았어.  
나는 어기적 어기적 그쪽을 향해 걸어갔지.

"어머...... 이게 어쩐 일이래요. 아휴~~~ 나도 몰라요."
그냥 이렇게 말이 튀어 나왔어.
가방 주인은 얼마나 놀랐던지 자기 백인 걸 확인하고는
맨땅에 퍼덕 주저앉아 양팔에 얼굴을 묻어버리더군.

"나도 모르게 내 가방인줄 알고...... 늘 가방을 팔에 걸고 다녔더래서 그게 습관이 되어서......
무의식 중에 실수를 한 거예요.  아구 정말 정말 미안해요."
계속 더듬거리며 변명을 하고 있는 내 꼬락서니를 포장마차 주인이 멀끔히 바라보고 있었고
" 이 아줌마를 그냥~~~~" 하면서 여자와 동행인 듯한 젊은 남자가 눈알을 부라리고 있었어.
나는 언제 주먹이 날아올지 몰라 뒷목이 저리고 빨리 그 자리에서 도망치고 싶었지만
그러나 그러면 더욱 의심을 받을 처지라서 발바닥이 땅에 붙어버린 것처럼 꼼짝 못하고 있었지.

"가방 열어보지도 않았어요. 미장원에 머리하러 가서 보니 낯선 가방이 있는 거예요.
그래서 깜짝 놀라서 걍 일루 달려 온 거예요. 가방 한번 열어보세요. 없어진 것 없을 거예요. "

이렇게 말해놓고 보니 또 떨려오는 거였어.
만일 원래 없던 것을 있었다고 덮어 씌우면 어쩌냐...... 아구 난 거미줄에 걸린 거야. 부들부들.....

그런데
포장마차 아주머니가
"언제 가방 열어볼 짬이나 있었겠어? "
이렇게 말하면서 소매치기 같진 않구 아마 잠깐 실수한 것 같으니
어서 가방 속 물건 확인하고 나를 돌려보내라고 하는 거야.

여자가 백을 열고 지갑 속에서 카드를 확인하더니
됐다고 가라고 하는 거였어.
카드 때문에 놀랐다는 거야. 그것 잃어버려서 아주 혼난 적이 있다는 거야.
원래 가방 속에 돈은 별로 없었고 더더구나 귀중품도 없지만
카드를 소매치기 당했을까봐 너무나 겁이 났다는 거였어.

카드......
고놈 때문에 나도 미장원에 백을 안 가져가려고 했다가 소매치기가 될 뻔한 하루였어.

와서 곰곰 생각해보니
다 미서니 탓이야.
인일 홈에 들어와 노느라고 내가 요즘 울집 반찬도 일식 5찬에서 일식 2찬으로 팍 줄였거든.
우린 대보름 나물도 두가지만 무쳐먹었어.

미서니가 인일 홈을 알려주지만 않았어두.....,
글구 알려놓구선 워디 먼 데 가서 이렇게 오래 있지만 않았어두,

얘들아,
그치?
내가 이렇게 정신 없는거.... 내가 소매치기까지 될 뻔한 거....
다 미서니 탓 맞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