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르릉 ~~"

아침부터 울려온 전화벨에 잠이 깨버린 나!
목소리가 심상치 않은지

"어디 아퍼?"

"아니"

"그럼 왜 그래  목소리가?"

"그냥 자다 깨서...나 지금 우울 모드야"

"왜?"

"글쎄 ~~ 옆지기의 빈자리가 왜 그리 허전하고 큰지
그냥 쓸쓸하고 우울하네"

"낄낄낄! 청춘이구먼"

불황의 여파는 우리집이라고 예외일수는 없다.
지난 연말 우리옆지기는 사무실 직원이라야
1명밖에 않되는 작은 사무실을 그나마 반으로 줄여버리고
일주일에 반은 거의 대부분 집에서 소일 하는날이 많았다.

거실 소파에 떡버티어
하루종일 바둑 TV와 친구하지 않으면 독서와 끽연으로 소일하는데
젊을때 딱 3달 집에서 쉰적이 있는 우리 옆지기
그땐 용서가 안되고 밉고 짜증났는데
정말 표 안내고 견디기 힘들었던 기억이난다.

이젠 나도 인생을 달관했는지
집에서 쉬는것도
참기힘든 담배연기도
혼자 TV 채널 독차지 하는것도
다 너그러히 봐주게 되고
그저 건강하게만 있어주길 바라는 마음이니
이것이 다 세월탓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무슨 연유인지 모르나
일주일 예정으로 친구와 단둘이 홍콩을거쳐 중국으로
떠난 우리옆지기~~
그 나이에도 아랑곳없이 사업 구상차라니?
이시국에 일벌리는것도
나는 말리고 싶은 처지인데
그 정신만은 솔직히 높히 사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 문제는
늘 공기처럼 아무 느낌없이 함께했던 우리옆지기가
비운자리가
이렇게 크게 다가올줄은 예전엔 정말 몰랐다는 것이다.

옆지기 없는동안 실컨  TV 맘대루보구
그 지긋지긋한 담배냄새 안 맡고
밥 안해먹고 느긋이 게으름으로 하루를 보낸들 누가 무어라 할것인가!
얏호!! 했던 마음이

훵하니 빈집에 들어 가기가 싫고
집에 들어 가선 TV는 커녕 이것 저것 다 귀챦고
그냥 멍하니 있다간 일찌감치 잠들어 버리고
삶의 의욕이랄까? 뭐 이런 것들을 상실해 버린 느낌이 묘하게 다가와
허전하고 쓸쓸하고 우울하기 까지 해지니
이 무슨 조화속인가?

이제 옆지기가 집 비운지 겨우 3일이건만
한 달은 더 지난것같고
아들 한테 전화하여 일찍 들어오라 닥달하는
내 모습이 정말 나답지 않음에 깜짝 놀라고있다.

확실히 늙은 것인가?
언젠가는 떠날길을 걷고 있건만
난 혼자 나의 길을 갈수 있을까?
이기적인 생각이지만 내가 먼저 옆지기 보다 앞서 갔으면 좋겠다 싶고
만감이 교차하면서
있을때 잘하라는 말이
새삼 내앞으로 다가와 가슴에 새겨지고 있음은
어쩐 일인지
나이 탓으로만 돌려야 하는것일까?
아님 닭살돋는 청춘(?)으로 치부해야 하는것인지.....나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