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를 잡으러 갔는데   글쎄
날씨는 연일 최고기온이 40도를 오르내리는 폭염이고
우리가 걸어가는 길에는 몇 km 를 가도 그늘 하나 없을 적이 많았다.

파란 초원
이게 다 콩밭이라는데
베적삼이 흠뻑 젖게 매는게 콩밭인줄 알았더니
사람은 그림자도 없고
여기 콩밭은 끝이 안 보이게 넓고도 넓어 마치 초록색 대양 같더라.

우리는 아침 6시나 7시부터 12시까지 걷고
시골 농가나 농장에 머물러 점심 먹고는 오후 4시까지 낮잠도 자면서 쉬고
다시 4시부터 걷기 시작해서 8시쯤 숙박지에 도착하곤 했다.

발에 물집에 생기고        
잔등이 훅훅 달고
종아리가 뻣뻣해지곤 했지.

다들 서로 서로 쳐다보면서  “미쳤다. 미쳤어”  하면서 깔깔 웃었어.
왜 이 더위에 이러고들 다니는지.............

인원은 더 늘어서 20명이나 되었는데
내가 처음부터 아는 사람은  4명뿐이었지만
마지막날에는 모두들 십년지기라도 되는듯한 교감을 느끼면서        
서로 서로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단다.

무슨 눈물이었는지는 아무도 묻지도 않았고 설명도 없었지.

반 깜둥이가 되어 집에 돌아온 나는
책상 설합을 가만히 열고
새로 잡아온 작은 고래 한마리를 다른 작은 고래들옆에 같이 놓았지.

고래들은 서로 쳐다보고 웃더라.